“농협중앙회장 직선제 관철이 임기중 목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관철이 임기중 목표”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6.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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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곤 방어진농협 조합장
97개 조합 대변할 ‘조합장이사’ 피선

온화해 보이면서도 사람 끌어들이는 특유의 흡인력이 돋보인다. 키 177cm, 몸무게 78kg이라면 작은 체구도 아니다. 서진곤 울산 방어진농협 제13대 조합장(64).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지난 5월 30일 농협중앙회(서울 서대문구) 1층 대회의실. 이 자리에는 전국 7대 특·광역시의 지역농협 조합장 97명 중 95명이 참석했고, 긴장감 속에 투·개표가 이어졌다. ‘농협중앙회 조합장이사 후보’가 추천되는 자리였다.

마침내 뚜껑이 열렸다. 대강당 안이 잠시 술렁거렸다. 상위득표 2인의 표수가 똑같았기 때문이다. “울산 방어진농협 서진곤 조합장 36표. 부산 금정농협 송영조 조합장 36표….” 임시의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마무리 발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서진곤 조합장이 조합장이사 대표후보로 추천되셨습니다.”

6월 7일 같은 자리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임시대의원회. 이 자리에서는 확정된 신임 농협중앙회 이사 18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그 속에는 7대 특·광역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조합을 대표하하는 서진곤 신임 이사의 이름도 들어갔다. 임기 4년(2016년 7월 1일∼2020년 6월 30일)의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어깨에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여성조합원 34%… 내년초 여성임원 배출

서진곤 조합장은 선출직인 탓에 요 며칠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지난 주말(11일)만 해도 조합 직원들과 동구 봉대산 일원에서 시간을 하루 종일 같이 축내야 했다. 직원 단합대회여서 한눈 팔 시간도 없었다. 이번 주초(13일)에는 방어진농협 대의원 80여명 앞에서 제1회 임시대의원회를 주재해야 했다. “정관 개정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조합원이 30%를 넘으면 임원 1명은 여성조합원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을 고친 것이지요.”

현재 방어진농협의 여성조합원 비율은 약 34%. 정관이 개정됐으니 내년 2월부터는 임원 자리 14석 중에 이사직 자리 1석을 여성조합원에게 의무적으로 할애해야 한다. 가정경제권을 좌지우지하는 우먼파워가 어느 새 지역농협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스며들게 된 것이다.

서 조합장이 바빴던 이유에 납득이 갔다. 하지만 그는 양해를 구하고 싶어 했다.

“인터뷰 약속 미룬 것, 다 그런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점심 시간만 해도 대의원들이 권하는 반주를 사양한다고 애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 뒤끝은 소탈한 웃음이다. 대단한 친화력이다. 바로 이런 붙임성이 그를 전국 97개 지역농협의 대표주자로 만들어 놓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겸손해 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란 말이 짧은 여운으로 남았다.

정천석 전 동구청장과 방어진중 동기

서 조합장의 안태고향은 울산시 동구 화정동이다. 어려서는 화진초등학교, 방어진중학교(18회)를 차례로 다녔다. 방어진중학교 18회면 정천석 전 동구청장, 김석원 울산시씨름협회 회장이 동기다.

그리고 천기옥 시의원한테는 양쪽 모두 12년차 직계선배다. 천 의원이 전화상으로 몇 마디 귀띔한다. “능력이나 인품, 참 대단한 분이세요. 두고 보시면 알겠지만 중앙회에 가서도 앞으로 큰일 반드시 해낼 분입니다.”

울산지역에서 농협중앙회 조합장이사가 된 경우는 서 조합장이 처음은 아니다. 선배 격으로 지역농협 조합장을 겸임하면서 4년간(2004∼2008) 조합장이사직을 수행한 박성흠 전 중울산농협 조합장을 들 수 있다. 울산 지역농협으로선 8년 만에 다시 거머쥔 경사다.

내친김에 ‘조합장 대표이사’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직설화법의 답이 돌아왔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농협중앙회 회장 직선제 선출’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다른 조합장이사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입디다. 그런데 정부당국이 쉽게 물러설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래도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요.”

농협중앙회 회장은 아직까지도 ‘조합원 직선제’가 아니라 ‘대의원단 간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당국’이라면 농림수산식품부를 말한다. 정부가 관치금융의 단맛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속셈이 있어서일까? 골치 아픈 문제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취임후 6년내리 ‘상호금융대상’ 영예

말머리를 잠시 방어진농협 쪽으로 돌렸다. 그동안의 실적은 집무실을 가득 메운 상패와 트로피들이 무언으로 말해준다. 비교 시점은 2009년 5월 31일과 2015년 12월 31일이다. 2009년이라면 평조합원이던 서진곤씨가 방어진농협 12대 조합장에 선출된 해다. 서씨는 그해 5월 14일자로 조합장에 취임한다.

그러다가 관계법 개정으로 지난해 3월 ‘제1회 조합장 전국동시선거’가 치러졌다. 다시 운 좋게도(?) 제13대 조합장에 당선, 재선의 영예도 맛보았다.

“동시선거 덕분에 저는 2년이나 득을 보았지요. 정반대로 2년이나 손해 본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다시 시점 비교로 돌아가자. 기간 중 상호금융예수금의 성장률은 55.39%. 상호금융대출금 성장률은 무려 128.52%나 됐다. 조합원 숫자도 약 1천명에서 1천350명으로 불어났다. 그 덕분에 농협중앙회가 주는 ‘NH카드·채움대상’은 2009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연속 5년간이나 차지했다. 한 술 더 떠서 ‘상호금융대상’은 2009년 말부터 2015년 말까지 내리 6년간이나 받았다. 그밖의 수상까지 나열하자면 공간이 모자랄 것 같다.

조합 경영 지침(모토)이 궁금했다. 바로 정답을 말해준다. “직원들에게 칭찬 안 아끼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점포는 모두 8군데. 동구 본점 외에 지점이 7군데나 더 있다. 화정·대송·전하·방어진·화암·남목, 그리고 염포지점이다. 염포지점은 행정구역이 북구지만 농협체제상 방어진농협 소속이다.

최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조선업 사태가 지역농협에 몰고 올 파장이 어떨지 질문했다. 낙관적인 전망은 기대난이었다. 서 조합장은 그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인적 구조조정이 몰고올 파장 말씀이지요? 급여이체와 카드사용량이 줄 것이고, 예금은 제자리걸음일 것이고, 보험 가입도 적잖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은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의 표정이 그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도리어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지금까진 조합원들에게 이용고 배당, 환원사업 이익 정도만 드렸지요. 앞으론 농자재 지원에도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都農상생 지름길 ‘직거래장터·푸드뱅크’

농협이라면 농업경영인들의 조합이다. 동구는 그러나 지역 특성상 대농을 찾기 힘들고 대부분이 소농이다. 1984년 서 조합장이 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을 때만 해도 동구 새평마을에서 농사를 조금밖에 짓지 못했다.

현재 조합원의 3분의 2는 ‘도시텃밭’ 개념의 소규모 농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옛날식 평수로 따져 논밭이라 해야 300평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라곤 남목의 동서부, 동진의 성끝마을, 그리고 주전마을 정도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한창 바람이 불고 있는 귀촌·귀농 사업도 숫제 엄두 밖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또 있다. “동구는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지요.” 사실 귀농·귀촌은 ‘싼 땅값’이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그래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 농산물 직거래장터 개설 사업과 로컬푸두 사업이다. 이는 조합장이사로 출마할 때 내걸었던 자신의 공약이기도 하다.

“농촌농협과 도시농협이 서로 손잡고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확대해 나간다면 틀림없이 서로 윈-윈 하는 사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농산물 직거래장터는 기본수수료가 0.5% 안쪽이니 유통마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이게 바로 도농 상생의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순간 눈에서 레이저광이 번뜩이는 느낌이다.

부인 崔여사와 3년 열애 끝에 결혼

사람의 됨됨이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데 별명만큼 유용한 것도 드물지 싶다. 그래서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이 뭔지 넌지시 물었다. 돌아온 것은 “정말 모른다”는 말과 구김살 없어 보이는 웃음뿐이다. “제가 없을 때 직원들에게 슬쩍 물어보셔도 될 겁니다.”

결혼은 1980년도에 했으니 37년차 가정이다. 결혼 비화가 있다고 했다. 1977년쯤의 이야기라 했다.

“집사람은 논산이 고향인데 결혼하는 고등학교 여자친구 우인으로 울산에 내려왔고, 저는 중학교 남자친구 우인으로 식장에 갔지요.” 그 후 3년간 ‘주말 연인’ 시대가 계속됐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서 조합장은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 쪽에 방점을 찍고 싶어 했다. 부인 최재연 여사(60)가 바로 비화의 주인공. 최 여사와의 사이에 장가간 두 아들을 두었다. 취미는 테니스.

글·사진=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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