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리고 섬마을 선생님
섬 그리고 섬마을 선생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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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1절)

한인현(1921∼1969)의 동시에 이흥렬(1909∼1980)이 곡을 붙인 ‘섬 집 아기’다. 손자 본 나이에도 들을 때마다, 부를 때마다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섬은 젊은 시절 낭만의 장소였고 지금은 아련한 추억의 곳간이기 때문이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섬마을 선생님)

1968년도에 이미자씨가 불렀다. 당시 부모는 전축을 틀어놓고 즐기는 듯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는 노래의 맛도 멋도 모르면서 덩달아 따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섬’과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지 싶다.

가고 싶은 섬 중에 흑산도(黑山島)는 전남 신안군의 행정구역인 섬이다. 목포에서 86km 거리다.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으로 소개되고 있다. 흑산도 주변은 어장이 발달되어 연평도 어장, 칠산 어장과 더불어 서해의 3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흑산도는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최대 관문이다. 여름철새가 올라오는 길목이자 겨울철새의 월동지이다. 2005년 신안군 홍도에서 개소했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가 더 안정적인 연구공간 확보를 위해 흑산도에서 뱃길로 22㎞ 떨어진 홍도 시대를 마감하고 2010년 새 청사를 신축하여 이전한 곳도 흑산도이다. 2011∼ 2014년 겨울철(12∼2월) 동안 총 130종 7천539마리의 철새를 확인하기도 했다.

대중가요 ‘흑산도 아가씨’는 1971년 이미자씨가 불러 알려졌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1절)

작사가는 흑산도 아가씨를 육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검게 타버렸다고 표현했다. 검은 산을 의미하는 흑산(黑山)을 강조한 노랫말로 생각된다.

정약전(丁若銓.1758∼1816)은 흑산에 유배되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집필했다. 머리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 있어서 흑산 이란 이름이 무서웠다. 사람들의 편지에는 번번이 자산이라 쓰고 있었다. 자(玆)는 흑(黑)자와 같다.” 머리말 속의 흑산이 바로 흑산도(黑山島)이다. 흑산은 서울과 거리가 멀어 과거에는 유배지로 이용된 것 같다.

근래 흑산도에서 듣기조차 민망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 연일 속보가 꼬리를 문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주민 3명 가운데 한 명이 9년 전 다른 지역에서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2016.6.8.중앙일보.―’흑산도 성폭행범, 9년 전 대전서도 성폭행 범행’) “전남 목포경찰서는 신안군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한 박 모(49)·이 모(34)·김 모(38)씨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10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했다”(2016.6.11.조선일보-’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안했지만, DNA 검출된 건 죄송’)

섬마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뒤에는 술이 있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다. 그러나 많이 마시면 술이 술을 먹는다.

불교 수행자는 다섯 가지 지켜야할 것에서 특히 ‘술을 마시지 말라’(不飮酒)는 것을 강조한다. 음주는 망어, 살생, 투도, 사음을 범하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섬마을에서도 음주는 망어와 사음으로 확대됐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음주에는 다음의 10가지 과실(過失)이 있다.

얼굴빛이 나빠진다. 비열하게 만든다. 눈이 밝지 못하게 한다. 성내게 된다. 일과 살림살이를 파괴한다. 병이 생기게 한다. 다툼이 많아지게 한다. 나쁜 소문이 퍼지게 한다. 지혜가 감소된다. 사후에 악도(惡道)에 떨어진다. (‘아비달마법온족론’ 제1권 1. 학처품(學處品)

주자(朱子)도 ‘술 취해 함부로 지껄인 말은 술이 깬 뒤에 후회한다(醉中妄言醒後悔)’라고 하여 음주에 대해 언급했다. 어디 취중에서 지껄인 망언만 술 깨면 후회하겠는가? 취중에서 저지른 무모한 행동은 후회를 넘어 감옥에 갇히는 영어(囹圄)의 몸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에잇, 뭣이 헐 짓이고 뭣이 못할 짓이라는 것을 진정 모르느냐고!’.

역사와 문화가 있고 지속발전 가능한 섬마을이 국민을 공분케 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본래 이미지로 하루바삐 회복시키는 일에 한마음이 되어야 할 때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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