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협상이 남긴 것
현대차 임금협상이 남긴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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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결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간의 과정을 살피고 잘잘못을 따져 보다 나은 앞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특히 지난 역경을 쉽게 잊어버리고 현실에 안주, 만족하는 인간의 본성을 감안할 때 온고이지신(溫故以知新)이 주는 교훈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평범한 진리를 도외시, 무시한 개인, 사회, 국가는 쇠(衰)한 반면에 이를 겸허히 수용, 참고한 무리들은 흥(興)했음 또한 역사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은 종결됐을지 모르나 그것이 주는 파장과 교훈은 다시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우선 지난 4개월여에 걸친 현대차 노사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집단 이기주의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식, 신의, 기대 정도는 언제든지 내 팽개칠 수 있는 이익집단을 직접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석 직전, 현대차 임금협상 타결에 큰 기대감을 가졌던 지역 유통가, 재래시장은 작금의 ‘완전타결’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속된 말로 ‘네들끼리 잘해봐라’란 감정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장차 현대차 직원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본다. 노노 내부의 갈등은 지역민들의 지지, 성원을 희석시키고 말았다. 작년 한해 무분규를 기록한 현대차 노사협상은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자연스레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우(愚)도 범하고 말았다. 현대차 노조가 언제까지나 ‘독자생존’ 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울산지역민, 사회와 유대하지 않으면 절대절명의 순간, ‘응원군’은 없을 것이다.

지역 공동체란게 뭔가. 그 속에 있는 구성요소는 ‘상호 의존을 통해 존재함’을 의미한다. 더불어 원칙과 양보를 존중하는 노사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자신들이 선출한 노조 집행부의 결정을 ‘반대를 위한 반대’ 때문에 결렬시키는 모습은 무원칙의 극치였다.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판을 깨는’ 자세도 찬성할 수 없다. 그것은 이기심 내지 아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보를 바탕으로 하는 고차원적인 협상 자세를 갖추길 권고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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