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와 한국인 삶의 질
한국 외교와 한국인 삶의 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6.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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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폐막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는 미중의 극한대결 사이에 끼인 한국의 위태로운 위치를 실감케 한 자리였다니 망연자실(茫然自失)이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패권 다툼에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미중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와 남중국해 갈등을 두고 양국은 총성 없는 ‘설전’으로 격돌했다. 우리 정부는 양국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고, 어정쩡한 입장으로 두 국가 모두에게 공격 받는 ‘동네 북’ 신세가 됐다. 그 사이 우리 정부가 최대 이슈로 부각하려던 북핵 문제는 뒤로 밀렸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 중국을 비난하지 않은 채 어느 누구도 편들지 않는, 이른바 은근슬쩍, 스리슬쩍의 전형인 ‘로키 전략’을 취하는 우리 정부 태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로키 전략’이란 영원한 무패 복서로 남게 된 복싱의 ‘전설’ 로키 마르시아노가 세운 사상 최다 경기 무패 기록에서 차용한 소극적 대응을 말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해 국방부가 갈팡질팡한 대목은 미중 눈치를 살피느라 우리 국익이 훼손된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미중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는 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중 패권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우리의 국익을 분명히 밝히는 일관된 원칙을 세우되, 미중의 눈치를 살피기보단, 우리 국익을 분명하게 밝히는 주도권 외교로 위기를 돌파해 나갔으면 한다.

한편 공기는 나빠지고 일은 많아진다. 피곤에 지친 부모와 공부에 찌든 자녀 간에 대화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일 발표한 국가별 삶의 질 평가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OECD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 따르면 한국의 BLI 국가 순위는 38개 회원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BLI 지수’는 주거, 소득, 공동체, 환경, 삶의 만족, 안전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매년 국가별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다. 한국은 2012년 24위를 차지한 이후 아쉽게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환경 부문에서 이스라엘을 간신히 이기고 37위를 기록했다. 환경 부문 중 대기오염 지표는 꼴찌였다. 사회 내부의 유대 관계를 뜻하는 공동체 부문도 꼴찌를 겨우 면했다. 인생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10점 만점에 평균 5.8점을 줘 OECD 평균(6.5점)보다 낮았다. 반면 교육기간, 학습열 등 교육 분야는 6위로 11개 부문 중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들었다. 삶의 질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은 국가는 노르웨이였고,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들에게 늘어나는 것은 세금과 빚뿐이고, 나이 들어서는 아프지 않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청년들은 어떻게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줄임말로 2030세대의 생활고를 의미)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암울한 한국 사회의 일면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2030년 인구증가율 0%가 수렴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 감소하고, 소비 역시 5% 줄어들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이 통일에 실패하거나 지금처럼 애를 낳지 않는다면 10여년 후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효과는 임금 상승에 따른 자본 증가 효과를 넘어서서 결국 생산총량이 줄고 소비도 쪼그라드는 시대가 온다. 이제라도 한국인 삶의 질의 제고를 위해선 고령화에 대비해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여성 및 퇴직자의 적극적 노동시장 참여를 위한 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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