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군수 유죄확정판결이 남긴 것
엄창섭군수 유죄확정판결이 남긴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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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23일 특정범죄가중 처벌법 상 뇌물수수죄로 구속 기소됐던 엄창섭 울주군수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직위를 상실케 됐다. 이에 따라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14, 15 양일간 후보 등록을 받고 29일 울주군수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엄 군수의 독직(瀆職)사건이 울주군에 끼친 부정적 영향 중 하나는 행정공백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울주군 영어마을 조성과 군 청사 이전 문제다.

지난 2006년 엄창섭 당시 울주군수와 한수원 이중재 사장이 영어마을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작성하며 한수원측이 2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지원을 구두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울주군은 서생면 명신리 일원에 군비 62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고 건축 설계비 5억원도 편성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엄 군수가 구속되자 한수원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고 영어마을 조성 문제는 현재 좌초위기에까지 몰려 있는 상태다.

군 청사 이전 문제도 엄창섭 군수가 2006년 중반부터 본격 추진했지만 2007년 말 현 신장열 군수권한대행이 ‘청사이전 입지선정위원’을 해촉하는 바람에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하는 등 아직까지 난항만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엄 군수 문제가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중 또 다른 하나는 ‘공직자에 대한 신뢰추락’이다. 충실하게 직분에 임하고 있는 대다수 공직자들마저도 지역민들이 사시(斜視)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여지를 남겼다는 얘기다. ‘선출되기 전에는 그렇게도 청렴하고 정직했던 사람이 수장(首長)만 되면 타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어느 울주군민의 의문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엄 군수의 비리는 공직자를 ‘검은 커넥션(connection)’의 일부로 보게 만드는 과오를 저지른 셈이다. 다음달 29일 울주군수 보궐선거를 치르는 울주군민들은 엄 군수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길 권고한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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