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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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이는 용어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선보인 이는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 ~1790)였다.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1759)과 ‘국부론’(1776)에서 한 번씩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지 않는 손’ 중에는 스미스가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한 손도 있었다. 그 손은 큰 영향력을 행사해 시장의 순기능을 막아버리는 정부와 같은 특정집단이나 소수의 이익집단(혹은 그 영향력)을 가리켰다. 그런 까닭에 스미스는 “정부는 시장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말고 시장을 감시하는 경찰 역할에만 충실해야 하며, 특정 이익집단이 자원을 독점해서 시장유통을 통제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요컨대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설명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약방 감초’ 같은 용어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의미가 사뭇 달라졌다. 진화 과정이라도 거쳤는지 그 쓰임새가 ‘정치적 입김’으로 둔갑해서 쓰일 때도 더어 있다.

최근 울산지역 ‘고급정보의 바다’에서는 평지풍파까지는 아니라 해도 상식적 판단에 장애를 일으킬 만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둘러싸고 소문들이 무성하다. 그러한 영향력 행사는 일종의 ‘전파방해’쯤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성싶다. 한데 문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피해 당사자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데 있다. 하지만 어느 일방의 주장일 뿐이어서 확실하게 단정 짓기는 아직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보이지 않는 손 제1호’의 존재는 울산혁신도시 특위 구성의 무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등장인물이 제법 여럿이어서 ‘헷갈린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특위의 본디 이름은 ‘울산광역시의회 우정혁신도시조성사업특별위원회’라는 다소 긴 이름이다. 구성 주체가 시의회라는 얘기다.

특위를 구성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가름이 난 것은 지난 2일 의회운영위원회 자리에서였다. 흥미롭게도 표결 결과는 찬성 2, 반대 2, 기권 1로 나타났다. ‘가부동수’는 ‘자동부결’을 의미한다. 부결 쪽으로 몰아간 ‘특위 구성 반대’ 의견은 그런 대로 일리가 있어 보였다. “LH는 피감기관이 아니므로 실효성이 없다. 결의안 촉구, 감사원감사 청구, 국회특위 조사 등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옳다”는 지론이었다.

“부결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작용했다”는 주장은 그 이후에 터져 나왓다. ‘집행부 쪽 고위층 아무개의 특별당부가 있었고, 의회 쪽 실력자 아무 아무개, 그리고 누구 누구가 이에 호응했다더라’ 하는 식의 주장이었다. 의회 일각에서 누군가가 신랄한 반응을 보였다. “어허, 거 참! 의회가 시민 편인지, 집행부 편인지…”. 집행부-LH 간의 ‘밀실거래 의혹’이 제기됐다고, 이런 말도 흘러나왔다. “특위 구성 문제를 의회운영위에서 다룰 수 있다는 조항은 지방자치법, 의회 규칙 어디에도 안 보입니다. 두고 보십시다. 대표발의자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소문도 들리는 판이니….”

‘보이지 않는 손 제2호’의 존재는 장생포 고래축제 바로 직전에 드러난다. 다량의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유통한 범죄조직을 검거하는 데 공을 세운 중부경찰서의 사건 브리핑과 무관하지 않다. 경찰은 약속당일 고개 끄덕일 만한 배경설명 없이 브리핑을 반쪽짜리로 몰고 간 다.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의 주체가 누구인지 관심이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 해답의 대강은 한 지역 언론매체의 속보를 통해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래저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존재를 그저 안줏감으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민의 자존감과 주인의식, 민주의식을 위해 순기능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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