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 의미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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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에 관한 날이나 행사가 많은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 것은 누구나 안다. 금년에도 5일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졌다. 또한 5월은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셋째 월요일인 16일은 만 19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성년의 날이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어떻게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의외로 부부의 날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맨날 보는 부부끼리 쑥스러워서다. 부부의 날인 21일 속에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부의 날 의미는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 있다. 핵가족시대의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만 청소년 문제나 고령화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정기념일이다.

점차 초고령 사회로 변모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현상 중 하나가 황혼 이혼이다. 이런 현상은 가정의 가치관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통적인 가족관은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가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고착화된 현재는 가정보다 개인의 행복에 보다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물론 황혼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평생 짓눌려 살아온 여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노년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은 일을 통해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은퇴 후 사회적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경제력을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 무시당하다 보니 이를 견디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그동안 가족을 부양하느라 죽어라 일만 했는데 퇴직하니 찬밥신세가 되었다고 느낀 것이다.

황혼 이혼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남편은 일을 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역할이 노년에 깨지기 시작하면서 억눌렸던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남편이 가족 부양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면서 가정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분리된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얽매였던 습관이 결국 노년의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가족 부양은 남성, 가정은 여성’이라는 고정적인 부부 역할 개념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남편도 아내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는 도맡아 하자. 연령에 따라 변하는 부부 역할과 관계의 변화를 부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남편은 권위주의적 문화를 버리고, 아내는 변화한 남편의 역할과 환경을 인정하고, 함께 노후를 만들어가야 한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갖고 있던 서로에 대한 기대와 역할을 뭉개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행복한 부부는 이해와 양보의 힘으로 살아간다. 서로 믿어줘야 한다. 서로 힘을 북돋아줘야 한다. 부모가 부부로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 세대들이 “뭐 하러 결혼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와 닿는다. 부부가 함께할 프로그램이나 여가활동을 만들어 나가자. 작은 공간에서 부딪히다 보면 서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터전을 미리 마련하면 좋다. 운동도 좋고 종교면 더욱 좋다. 매년 부부의 날에는 둘만의 외식도 하고, 빨간 장미와 분홍 장미를 주고받으며 곧 다가올 황혼을 대비하자. 철저한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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