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인 고(考)
에스라인 고(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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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내를 걸어가다 눈에 띄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눈에 띄는 것이라기보다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모습이다. 늘씬한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보였다는 말이다. 필자는 남성이지만 이성에 대하여는 좀 둔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의 눈동자에 마치 시네마관의 스크린 영상같이 비친 사실에 대하여 자연스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영상이란,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성이 엉덩이가 바짝 치켜 올라가 있어 에스라인이 한층 돋보이는 것이다. 길을 걷는 모든 행인들에게 온통 시선이 집중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여성은 자못 비범한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끄러운 듯이 행동하는 자태여서 평범한 여성으로 단정해도 될 듯했다. 그러나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전혀 관심을 둘 필요는 없는 일이다.

출현한 시간이 점심때라 핸드백도 없이 간편하게 외출한 것으로 보아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빵집에 들른 것 같다. 뭇 인간들이 흔히 먹고 사는 밥류나 떡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는 아예 먹지 않을 것 같다. 기껏 해봐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호두당근 케이크 한 조각과 카페라테 한 잔이라면 간단히 끝날 것 같다. 이것이 아름다운 에스라인 여성의 먹을거리인가 싶다.

‘아름다움’은 한자로 ‘美’(미)로 쓰고, 羊(양)자와 大(대)자로 이루어진 재미나는 합성자다. ‘큰 양’으로 양이 크면 살찌고 맛이 좋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어에서는 ‘맛있다’를 ‘美味しい’(Oishii)로 쓰기도 한다. 또한 크게 살쪘으니 통통하고 순박한 모습으로만 보인다. 그러니까 정말 아름답지 않을까?

절세미인에 에스라인의 여성이라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떠오른다. 18C말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빵을 달라!”고 절규하는 민중들에게 던진 가시 돋친 한마디의 말을 결코 잊어버릴 수 없다. “빵이 없으면 과자나 먹을 것이지! …”

허리가 잘록한 삼각형 페티코트를 입은 그녀가 화려한 대리석 궁전의 창가에 우아하게 기대어선 채 민중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국부(國富)를 탕진할 정도로 사치스러웠던 그녀. 아름다운 외모로 작은 요정이라고까지 불렸지만 국고낭비와 반혁명의 죄로 단두대 이슬로 조용히 사라졌지 않았나?

또한 낯익은 인물로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절대 빠트릴 수 없다. 중학교 때 재미있게 배운 영문법의 가정법 과거완료 문장에서도 자주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말이지 않는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문장.

특히 미녀로서 뿐만 아니라 지성과 수완으로 이집트의 종교에 깊이 관심을 보여 마치 태양신’라’(Ra)의 딸처럼 행세했으니 비범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그뿐이랴? 그녀의 외모는 매우 매혹적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샤프한 이목구비는 2천년이나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짙은 눈 화장에 길게 찢어진 눈, 윤기 흐르는 직모 흑발, 늘씬한 몸매에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노출 장면은 미래에도 영원히 입에 오르내릴 용모가 아닌가?

결론을 내리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논할 필요가 없다. 또한 스포츠센터에서 스쿼트나 런지 등으로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뭇 아름다운 여성들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외양이 아닌 내면의 자신감, 평온함, 친절, 정직 그리고 삶을 현명히 살아가는 태도가 아닐까? 이같이 진정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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