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5.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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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태화강역에서 기차를 타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부전역에 내리니 옛날 미군주둔기지(일명 하얄리아부대) 자리가 부산시민공원으로 탈바꿈이 되어 있다. 남문광장 입구에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고 있었다. 울산에선 거의 보지 못한 박람회. 도시농업 박람회다.

그것도 벌써 12년째 하고 있으니 놀랄 뿐이다. 산업화, 공업화의 심장인 울산에선 도시텃밭, 도시농업이라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미개한 영역으로 비춰질지 모른다.

제2도시인 부산이 도시텃밭, 도시농업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잠시 귀농을 해서 자생식물 농사를 좀 지어보기도 하고 이제 3년차 텃밭을 가꾸고 있는지라 설렘과 호기심이 동시에 이는 행사였다.

전시장을 들어서니 노부부, 중년층 남녀, 가족단위 등 다양한 계층이 둘러보고 있었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꿈꾸는 삶의 공간은 마당 있는 텃밭을 가꾸고 사는 전원생활일 것이다.

자식 교육, 직장 때문에 그 꿈들은 노년의 희망으로 유예되고 현재의 경쟁과 힘듦을 이겨내는 원천이 된다.

전시장에는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 수직으로 텃밭을 만드는 기술, 흙이 필요 없는 배양액으로 작물을 키우는 기술, 햇빛이 없어도 인공광으로 아파트처럼 식물을 키우는 식물공장, 기존 살충제, 제초제, 화학비료가 토대인 화학농법을 벗어나 효모, 고초균,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 재재를 이용한 친환경농법 등 다양한 도시농업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자투리 실내외 공간을 이용한 원예·실내조경을 겸한 방식, 별 쓸모없는 건물 최상층을 이용한 옥상텃밭 만들기, 나무상자를 이용한 텃밭공간 만들기 등 다양한 텃밭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수많은 농업기업이 만들어져 도시텃밭을 위한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씨앗을 새싹으로 틔워 나물 만들기, 지렁이 똥으로 만든 비료, 양액재배 재료들, 다양한 농기구들….

체험활동 마당에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기에 뭔가 하고 봤더니 병아리 모이주기 체험이다. 한 20마리의 병아리를 울타리 안에 넣어놓고 1천원 비용을 내고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병아리를 쓰다듬기에 바쁘다.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아무도 꽃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듯이 어린 생명체를 보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 생명체에 대한 원초적 사랑의 감정을 ‘에코필리아’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상품화되면 애완동물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애완동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나 동물을 대하는 자세는 아직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도 수만 년 동안 만들어진 경작 본능에 근거하고 있기에 도시농업은 누구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울산도 최근 조선, 해운 산업의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퇴직(예정)자가 될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빠져나간다면 떠나는 이도 낯선 땅으로 가야하기에 울산의 입장에서도 큰 경제적 손실일 될 것이다. 이들이 퇴직 후에도 울산에 정착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농업으로 텃밭을 가꾸는 삶은 누구나 노년에 동경하는 삶이기에 이를 현실화하는 다양한 지원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놀고 있는 공유지를 찾아내고, 건물 옥상을 도시텃밭 공간으로 활용하고, 친자연 텃밭농사기술을 하루 빨리 전파해서 도시민이 여유롭게 도시농부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 후 ‘전업농’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도시농업을 통한 안전한 먹을거리의 자급자족만으로도 충분히 도시를 떠나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삶의 질과 만족은 자연 속에서 숨 쉬며 자연과 더불어 재순환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다.

여가활동이자 적절한 운동이면서, 소비자로만 살아왔던 도시민이 작물생산자로 부상되고 그 안전먹거리 생산과 나눔을 통해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부산시는 벌써 도시텃밭이 갖는 치유효과, 부족한 도시녹지 확충, 실내공기 정화, 안전먹거리의 대안, 학생들의 체험교육 소재로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울산이 산업수도 이미지에 갇혀 있지 말고 이제 곳곳에 도시텃밭을 만들어 가꾸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이웃과 나누며 마을 공동체가 살아나는 진정한 자연생태도시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가까운 부산에서 도시농업 사례를 배우고 재순환적인 작은 집 짓기 기술, 난방에너지 기술도 같이 결합해 나간다면 퇴직(예정)자들이 울산에 안정적으로 정주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때늦은 감이 있기에 더욱 서둘러 해야 할 일이다.

<이동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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