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한장 손에 들고…
성남동 원도심
골목여행 시작
지도한장 손에 들고…
성남동 원도심
골목여행 시작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6.04.2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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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도시재생대학 수강생·주민 함께
성남동 골목 9개 소구역으로 나눠
아날로그 감성 칠한 ‘골목지도’ 제작
▲ 원도심 골목 디비파기지도.

최근 전국의 지자체는 ‘원도심 재조명’ 열풍에 빠져있다. 가까운 부산만 해도 중·동·서·부산진구 등 해운대 센텀시티와 같은 신도시에 밀려 소외됐던 원도심을 상업지역, 외국인밀집지역, 주거지 등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역에서 영도 다리를 거쳐 자갈치 시장, 공동 어시장, 광복로와 부평 시장, 남포동 옛 영화관 거리, 부산 근대 역사관, 산복 도로, 초량 시장 등으로 이어지는 부산 원도심의 옛 흔적과 공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노후한 건물, 다소 을씨년스러웠던 원도심의 골목은 지역 특성에 현대적 감성을 접목해 재탄생돼 어느덧 젊은 연인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울산도 마찬가지다. 성남동, 중앙동 등 울산의 원도심이 위치해 있는 중구는 올해부터 ‘울산, 중구로다(中具路多)’라는 이름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고복수길.

원도심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병영성과 외솔생가를 비롯 계변성이 위치해 있던 학성산, 태화루, 함월루 등 수려한 역사자원과 중구의 울산의 정체성이 그대로 담겨있는 시계탑, 학성로 등 원도심을 연결해 관광루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발맞춰 중구는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원도심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힌 원도심 지도를 만들었다.

제5기 중구도시재생대학 수강생과 원도심 주민 30여명은 6개월간 성남동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감성과 추억을 입힌 ‘성남동 골목 디비파기(Data Base)지도’를 제작했다. 원도심 시계탑사거리를 중심으로 제작된 이 지도는 모두 9개 소구역으로 나뉘어져있다.

성남동 먹자골목이 줄지어 선 A구역을 비롯해 크레존이 위치한 B구역, 문화의거리를 끼고 있는 C구역, 옛 갑을탕 일대 D구역, 울산중구문화원이 운영 중인 E구역, 옛 중앙호텔이 자리한 F구역, 중부소방서 일대 젊음의 거리 G구역, 성남동 보세거리를 중심으로 한 H구역, 진흥상가와 곰장어골목이 소재한 I구역 등이다.

단 하나뿐인 ‘우리동네 골목지도’인 셈이다. 이 지도는 단순한 길안내 또는 관광안내 수준을 넘어 숨겨진 골목길이나 사진찍기 예쁜 공간을 소개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과 감성이 묻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도를 보고 성남동 골목여행을 시작해보자.

 

▲ 이름없는 건물 게스트하우스.

◇A구역- 이름없는 게스트하우스

성남동 먹자골목 주변의 원도심 A구역은 60~70년대 울산이 공업화로 인해 급성장하면서 ‘장급’ 여관이 많이 위치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영광의 시절이 지나고 상권이 이동하면서 현재 이 근처 여관들은 자연스럽게 쇠퇴했다. 이런 방치된 여관 건물이 코발트 블루의 감성적인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곳이 있다.

말그대로 ‘이름없는 건물’ 3-4층에 지어진 게스트하우스는 옛 ‘대하장’ 여관 건물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4층 침실 옥상에서는 다양한 컨셉의 이벤트가 열린다.

중구 원도심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옥상에 두루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추억을 쌓기도 한다.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당연히 이 건물이 빈티지한 느낌으로 새로 지어진줄 안다.

 

▲ 카페 디 파리.

◇B구역 1- 아날로그 감성에 커피가 빠질 수 있나

복합문화상가 크레존을 중심으로 한 B구역은 커피나 홍차 등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가 즐비한 곳이다.

이곳이 특별한 점은 뻔한 느낌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한 두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페가 독립적인 상호와 분위기를 가진 카페들이라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카페로는 ‘카페 디 파리(cafe de paris)’가 있다.

성남동에서 처음 창업해 부산, 서울 그리고 상하이까지 진출한 울산의 토종 카페브랜드인 카페 디 파리는 언뜻 보면 구식 건물에 근대식 매장의 부조화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부조화가 원도심이 주는 원초적 매력이다.

매장 전체를 감싸는 블루컬러와 베이지톤의 건물 타일외벽은 의외로 어울리는 구석이 있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손님들의 발길을 잡기 딱이다.

 

▲ 똑딱길.

◇B구역 2- 우범지대에서 연인과 손잡고 걷고 싶은 골목길로

성남동 카페 피프티 세븐 사이 골목에 위치한 ‘똑딱길’은 원래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고 그로 인해 우범지역으로 인식돼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골목길이다.

중구는 이 골목길을 감성이 묻어나는 재탄생하기로 결정하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 정비를 시작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있는 골목길로 만들기로 결정한 만큼 똑딱길 미관재생사업은 전문 건축사가 아닌 작가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 거리는 노상방뇨를 하고 있는 꼬마와 치마가 들춰진 마릴린 먼로를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강아지 등 재미있는 내용의 벽화로 가득하다.

벽화골목을 지나 연인과 조그마한 정원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좋다.

연인과 손을 잡고 담쟁이 넝쿨이 늘어져 있는 골목길을 걸어 미래를 기약하거나 똑딱길을 빠져 나와 소극장이나 갤러리에서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똑딱길이라는 이름은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뜨거운 성공과 좌절을 맛본 당시 울산의 젊은이들을 ‘토닥토닥’ 위로해준다는 의미와 그러한 과거를 되돌아 본다는 의미에서 시계소리인 ‘똑딱똑딱’을 더한 것이다.

 

▲ 옥골샘

◇C구역-꿈의 정원 포토존과 옥골샘

옛 울산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꿈의 정원 포토존은 아름다운 조형물과 독특한 타일 벽화가 설치돼 있어 사진찍기 딱 좋은 포인트다.

본래 이곳이 처음부터 문화공간은 아니었지만 벽화, 설치예술 작가들이 한 둘 작업을 하기 시작해 오늘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중구는 앞으로 이 공간에 벤치 등 쉼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설치해 포토존으로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옛 아낙네들이 모여 빨래를 했던 우물 ‘옥골샘’을 지나보는 것도 좋다.

옥골샘 8길 유신표구사 앞에 ‘뜬금없이’ 우물 하나가 나타난다. 물론 뚜겅이 닫히고 미관상(?) 하얀색 페인트로 덧칠해 ‘우물스러운’ 느낌은 덜하지만 이곳은 예전 원도심 주민들의 젖줄과도 같았던 우물이다.

중구는 이같은 옥골샘을 다시금 재조명해 추억거리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원도심 디비파기에는 이밖에도 A구역부터 I구역까지 아구찜 골목, 구 학성여관, 동헌 앞 인력시장 등 추억을 되새기고 “이렇게 변했나” 싶을 정도로 거리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대구 ‘김광석 길’처럼 울산의 대표적인 가수 고복수 선생의 이름을 딴 ‘고복수 길’도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동디비파기 지도에 대한 문의는 중구청 문화관광실(☎290-4470~3)로 하면된다.

느긋한 봄날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원도심의 거리를 걸어보자. 윤왕근 기자

▲ 꿈의정원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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