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 의결은 됐지만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 의결은 됐지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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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부터 시작된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안이 무려 1년4개월여의 산고(産苦) 끝에 세상 빛을 보게 됐지만 난제가 겹겹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울산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학생 건강권과 공교육 내실화를 근거로 이 ‘제한안’에 찬성하는 반면에 학원연합회 및 수익자 측인 다수 학생들은 생존권, 학습권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펴고 있다. 하지만 찬·반 양론 모두 문제의 핵심은 남겨 둔 채 변방에서 설전을 벌였던 셈이다. 이번 ‘심야교습제한’안이 울산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재 사설입시학원 수강생의 30~40%가 ‘과외수업’을 학원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받게 된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바로 그 ‘제3의 장소’는 현실적으로 학교밖에 없다. 그리고 만일 학교가 이런 가능성을 수용치 못하면 ‘불법’으로 치닫는 양상이 전개되고 만다. 울산 인문계 고등학생의 경우 정규수업은 오후 4시30분에 종료되고 6시30분까지 보충수업을 받는다. 7시30분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야간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에 들어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인문계 고교 대부분이 보충수업시간에 영어, 수학, 언어, 사회, 과학 과목을 일률적으로 배정해 놨기 때문에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보충수업’은 자율학습시간에 실시하는 수밖에 없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학원심야수업 규제’에 따라 학원수강을 포기한 학생들이 ‘과외수업’을 받을 수 있는 틈새는 ‘야자시간’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야자시간’에 영·수 특강을 신청할 학생도, 실시할 학교도 별로 없다는 게 현실적 문제다.

결국 사교육을 봉쇄했을 때 생기는 간격을 공교육이 막아주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예상할 수 있는 부조리는 음성적 불법개인과외다. ‘불법적인 것’인 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며 그것은 결국 학부모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규제안이 미치는 부정적 요소는 공교육 보다 사교육 측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은 확실하다. 현재 울산지역에 인가돼 있는 사설학원은 2천6백여개에 이른다. 만일 1개소에 4명의 강사가 채용돼 있다고 치면 1만여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취업해 있는 셈이다. 단일 직종으론 울산 최대의 군집(群集)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울산 학원연합회장의 말대로 ‘이번 규제로 인해 30~40%의 사설학원이 타격을 받는다’고 치면 적어도 1천여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인가된 학원을 떠나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직종으로의 전환을 꾀하거나 불법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다. 1천여명 중 절반만 불법과외에 뛰어 든다고 쳐도 보통 문제는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반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의 조절뿐이다.

현행 10시까지로 돼 있는 ‘야자’시간을 9시까지, 즉 1시간 단축시키면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야간자율학습의 효율성에 대해선 그동안 계속 논란이 돼 왔었다. 학습의욕이 없는 학생을 ‘억지로 잡아 둠’으로 해서 생기는 면학분위기 저해 문제는 대부분의 제도권 교사들이 인정하는 바다.

이제 공은 ‘규제’를 주장했던 측으로 넘어가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고 난 후의 사단에 대해서도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참교육의 근원 아닌가. 이 문제에 관한한 제도권의 양심적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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