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속의 한국경제 전망
‘성장통’ 속의 한국경제 전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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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이 추락하는 ‘성장통’ 속의 한국경제 전망은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 말은 이문열의 소설 제목이지만 오스트리아 출신의 잉게보르크 바하민(Ingeborg Bachmann)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시집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원제목은 ‘유희는 끝났다’이다. 무분별한 욕망에 의해 팽창해가는 거품 덩어리 같은 현대에 대해 냉정하게 질타하고 엄숙하게 노래한 시들이다.

이문열의 소설에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말은 추락한다는 것은 이미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어떤 열정을 가지고 목표에 접근은 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비상(飛上)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거나 그러한 기회가 있는 상태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즉 지금은 끝이 어디가 어딘지 모를 만큼 헤매고 있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희망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추락’의 사전적 의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짐’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만 추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힘 또는 능력을 날개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우리들의 능력이나 힘, 혹은 노력에 비례해서 실패나 좌절이 크다는 말이다.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 연구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전 세계적 수요 부진과 중국의 ‘중속(中速) 성장’ 여파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생산과 소비,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저성장 시기를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지형의 변화로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7%로 0.5%포인트 내렸다. 이어 14일에는 금융연구원이 올 성장률을 2.6%로 예상,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내리면서 2%대 전망에 합류했고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낮은 2.4%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어려움은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성장능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성장률 전망을 작년 10월에 발표했던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내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 한국의 성장률을 2.6%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 등 10대 해외 투자은행(IB)이 예측한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 평균값은 2.5%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며 ‘3.1% 성장’ 전망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이미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며 돌파구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지만 4·13 총선 여파로 행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모두(冒頭)에서 이야기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말의 ‘날갯짓’이 절실하다.

성장 잠재력의 확충 등 재도약을 기약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한데, 이런 경제정책의 운용에서는 소통과 논의를 거쳐 조정하는 과정이 절대적이다.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당청정의 소통을 통한 합치(合致)의 정치를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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