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주권,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소중한 주권,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4.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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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원 남구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팀장
선거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공정선거’는 많은 도우미들의 측면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공정선거지원단’이다.

처음 이름은 ‘부정선거감시단’이었다. 문자 그대로 ‘감시’에 치중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보니 ‘부정선거감시단’은 공직선거 출마자들에게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선거관리당국이 고심 끝에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로 했다. 선거는 잔치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표도 ‘공정선거지원단’으로 바꾸어 달기로 했다. 3년 전인 2013년부터의 일이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둔 2월 4일, 공정선거지원단 발대식이 전국적으로 열렸다. 울산에서는 시선관위 소속 단원 84명이 발대식에 참여했다. 이미 활동 중이던 32명의 3배 가까운 숫자였다. 3월 24일부터는 18명을 더 추가해서 102명으로 불어났다. 이명원 남구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팀장(58·남구 무거동·사진)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단속보다 안내·예방이 우선”

공정선거 도우미 겸 지킴이로서 1분, 1초가 아까운 이명원 팀장을 선거일 닷새 전 양해를 구한 뒤 어렵사리 만났다. 2004년도부터 이 일에 뛰어들었으니 올해 햇수로 13년차인 베테랑이다. 공정선거지원단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첫 질문을 던졌다.

“바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속보다 예방과 안내가 우선이지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팀장의 말은 발대식 때 선포한 ‘공정선거지원단 행동강령’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우리는-’으로 시작되는 지원단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보다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안내·예방활동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안내·예방 활동을 함에 있어 항상 예의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조사권을 신중히 행사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며 법을 위반한 행위에 공정하고 엄정하게 조사·처리한다 ▲국민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예방·단속 활동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선거판의 변화도 귀담아듣고 싶었다. “옛날에는 후보자들조차 선거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참 많았지만 요즘은 훨씬 나아진 셈이지요.” 이 팀장의 귀띔이다.

그래도 위반사례가 꼬리를 문다. 동보통신(同報通信)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곧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직선거법상의 ‘문자메시지’와 ‘SNS’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비고의적 실수 같은 것이다.

“SNS는 음성, 화상, 영상이 모두 허용되는 반면에 문자메시지는 말 그대로 글자만 보내야 하는데, 그걸 잘 모르고 화상까지 보내는 등의 실수가 제법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생기면 일일이 그리고 철저히 안내해주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실수의 되풀이를 막기 위한 예방 차원의 배려다.

그때마다 행동강령의 잣대를 떠올린다. ‘예의바르게’ 그리고 ‘품위 있게’를 항시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러한 ‘응대 매너’는 아래 단원들에게 매일같이 주지시킨다. ‘공공의 알권리’를 존중하라는 당부의 말도 그 속에 들어간다.

캠코더·녹음기 활용…’단속’ 오해 사기도

지원단에 조사·단속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안내·예방 우선’ 원칙 외에도 지켜야 할 위계질서가 또 하나 있기 때문이다. “문의나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은 소속 선관위 지도담당에게 먼저 알린 다음 조언이나 지시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팀장의 전언이다.

문의나 신고는 지방선거 때보다 국회의원 선거 때가 수적으로 훨씬 적은 편이다. 현역 국회의원이라면 어떤 말이나 행동이 법에 저촉되지는 않겠는지, 보좌진이 미리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역이 아니거나 정치신인인 경우는 사정이 딴판이긴 하지만….

공정선거지원단의 구체적인 활약상은 어떠할까? 지원단의 활동 무대와 휴대 장비가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원들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이든 유세 현장이든 선거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 나간다. 공식 선거가 시작된 뒤부터는 매일 아침 6시에 집합, 늦어도 7시까지는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휴대용 확성기 이용이 오전 6시부터, 유세차량 이용이 7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휴대 장비로는 캠코더·녹음기는 필수에 속한다. 채증(採證), 바꾸어 말해 ‘증거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장비의 활용이 후보자 진영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피해의식은 감시·단속용으로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기 일쑤다.

“우리 지원단에서 채증(녹취)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후보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디다.” 홍보용 피켓이나 소품, 선거운동원들의 모자나 의상, 유세차량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를 확인하는 채증 작업은 후보자의 ‘선거비용 보전’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법규 개정으로 2014년 이후로는 후보자 쪽에서 직접 채증에 나서는 경향이 늘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후보자도 상당수 있는 게 현실이다.

法위반 조사, 사전고지·육하원칙 꼭 지켜

소속 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선거법 위반 사례를 직접 조사하는 것도 지원단의 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때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사전 고지’를 빠뜨리지 않는 일이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지요? 바로 사법경찰관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미리 해주는 말입니다. 우리 지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철칙이 존재한다. 다름 아닌 ‘육하원칙’(六何原則이)라는 것이 이명원 팀장의 귀띔이다. ‘육하원칙’이라면 언론보도에서 통하는 원칙 아닌가. 그 여섯 가지 원칙을 공정선거지원단 조사에서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육하원칙’이란 ▲누가(who, 何人) ▲언제(when, 何時) ▲어디서(where, 何處) ▲무엇을(what, 何事) ▲어떻게(how, 如何) ▲왜(why, 何故) 등 기사를 작성할 때 지켜야 하는 여섯 가지 원칙을 말한다. 영어의 첫머리글자를 따서 ‘5W1H’라고도 한다. 조사에 임할 때 단원은 공정선거지원단 소속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만 한다.

그렇다고 단원들이 우쭐대는 일은 결코 없다. 오직 ‘공명선거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사명감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런 인식을 매일아침 현장 활동에 나서기 전, 단원들에게 심어주는 것도 이 팀장에게 주어진 일과의 하나다.

“선거공보 꼼꼼히 살펴야 정책선거에 도움”

“우리 지원단의 노력도 있고 해서 정책선거, 공약선거가 대세인 줄 알았는데 이번 울산의 일부 선거구의 분위기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저희들로서는 남구갑과 남구을 선거구만 책임지면 되니까 다른 선거구 얘기까지 입에 올릴 처지는 못 되지만 말입니다.”

선거 막판의 과열·혼탁 양상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투표소에 나가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행사해 주기를 기대했다. “누가 뭐라 해도 국회의원이란 4년짜리 심부름꾼은 주인인 우리가 선출하는 것 아닙니까? 소중한 주권, 절대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팀장은 투표소로 향하기 전 책자형 선거공보를 반드시 챙겨 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만 유권자인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러한 과정이 정책선거, 공약선거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게 하는 밑거름이란 말도 덧붙였다.

‘토목’을 전공한 뒤 (주)대우에 입사, 1983년부터 울산시 상하수도 건설사업 현장 업무를 보기 시작한 것이 울산과의 인연을 더 한층 끈끈하게 맺은 계기로 작용했다. 경찰공무원인 부친을 따라 울주군 남창 지역에서 거주한 적도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 울산남구지회장(1990년)을 거쳐 협회 중앙회 감사(2000년)를 역임하기도 했다. 부산 출신 허영숙 여사(57)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다.

글·사진=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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