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탈북민들의 디딤돌 역할 자처
울주군 탈북민들의 디딤돌 역할 자처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04.07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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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경찰서 보안계 김진희 계장
낯선 환경 적응 돕고 매년 생일도 챙겨
 

울산 울주경찰서 보안계 김진희(59·사진) 계장은 매년 새해 첫 날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정기적인 1년 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중 특히 파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해 둔 날은 조금 더 특별해 보인다. 김 계장이 관리하는 울주군 거주 탈북민들의 생일이다.

그는 탈북민들의 생일이면 하루 전 날 생일 케익을 들고 그들의 집을 찾아가 축하를 전한다. 생일을 축하받는다는 행위가 생소한 탈북민들은 김 계장의 축하에 감동하기도 한다.

한 탈북민의 생일에는 김 계장의 아내와 함께 축하해 줬는데, 탈북민 부부가 감사의 표시로 두부로 만든 북한 요리를 대접해 함께 식사도 했다. 울주군에 탈북민이 신규 전입할 때마다 1년간 일주일에 한번씩 식사와 드라이브를 하며 정착을 도왔던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계장은 “그날 간단히 축하만 해주고 오려 했는데 함께 식사까지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북한과 남한 사회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만난 탈북민들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특히 김 계장은 북한에서 의사를 했던 A씨가 가장 마음이 쓰인다고 전했다.

A씨는 김 계장의 도움과 조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내년에 경북대학교 의학전문원에 입학할 계획이다.

김 계장은 “A씨는 북한에서 6년제 의학 대학을 나와 의사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 울산에 와서는 단순 노동을 했어야 했다”며 “30대 초반이라 아직 젊은데 자신의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의학 공부를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23살 대공 업무로 시작해 울주군 탈북민의 아버지가 된 김 계장의 마지막 목표는 북한의 지리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지도를 구하는 것이다.

김 계장은 “신규 전입 탈북민들이 자신이 살다 온 지역을 말하면 정확히 어느 위치인지 파악이 안 될 때가 있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누구나 그렇듯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 상대방이 잘 알고 있으면 마음을 쉽게 열기 때문에 후배들과 탈북민들이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북한 지도를 꼭 구하고 퇴직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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