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05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감소폭이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개선되며 수출 부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숫자로 표기되는 경기지표가 일부 반등하면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이와 함께 매서운 겨울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징조를 보이고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만 한다.

지난 2월 제조업 생산이 6년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면서 전체 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3월에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또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수출액 증감률도 지난달에는 한 자릿수 감소로 돌아섰다.

저유가와 수출 감소세가 본격화된 지 일년여를 넘어서며, 실제 경제상황과 달리 전년 대비 지표만 화려한 개선세를 나타낼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수출의 25%를 책임지는 중국의 경기 부진 등 하방 위험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기저효과에 따른 낙관론’이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기지표의 잇단 반전에는 지난 1분기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며 공격적으로 잡은 재정지출액 목표치 144조원을 10조원이나 초과할 정도로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면서 돈이 시중으로 더 빨리 흘러들어간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하지만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설비투자도 6.8%나 줄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2월에 시행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조치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고, 신제품 출시로 인한 휴대폰 판매가 늘고 있어 3월 이후 내수 회복에 기대를 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회복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숫자만 보고 성급하게 부활로 보는 오류는 분명 시정되어야만 한다. 정치판에도 꼼수가 난무하지만 경제판세 분석에도 ‘기저효과의 덫’이라는 경제꼼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저(基底)란 기초가 되는 밑바닥을 뜻하며, 효과(效果)란 보람으로 나타나는 좋은 결과를 뜻한다. 즉, 기저효과(基底效果)는 비교 대상 시점(기준 시점)의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호황기의 경제상황을 기준시점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할 경우 경제지표는 실제상황보다 위축되게 나타나고, 불황기의 경제상황을 기준시점으로 비교하면 경제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나타나게 되는 것은 바로 기저효과 때문이다. 기저효과는 비슷한 의미로 ‘반사효과’라고도 불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중국은 이달 초 전국인민대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25년만의 최저치인 6.5∼7.0%로 설정했다. 그나마 하락세를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반등했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 가세 등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년 만에 감소했다. 지난 2006년 처음으로 2만달러대에 진입한 뒤 10년째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에서 정체된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국민소득 2만달러대 진입 이후 4~5년 만에 3만달러대에 진입했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성장 정체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각종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이번 경기회복 신호를 일자리 창출과 산업경쟁력 제고로 연결하고자 하는 정부와 기업인의 지혜가 절실하다.

<신영조 시사칼럼니스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