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리베이트와 불법적 커미션
합법적 리베이트와 불법적 커미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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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재무부가 있을 때, 재무부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던 국장이 ‘뇌물이라도 좋으니 돈이 돌아야 돈이지, 돌지 않고 있으면 종이쪽지이다. 화장지로도 못 쓰는 종이다’라고 경제의 흐름을 답답해하던 일이 있었다. 경제의 흐름이란 유인가(경제적 유인; incentive)가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건을 만들고, 만들어진 물건을 사서 쓰는 행위를 통틀어 경제적 활동이라고 할 때, 돈이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유기체의 신진대사(metabolism)와 같다. 음식물을 먹고, 소화시켜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잘 먹고, 잘 소화 시키려면 피가 잘 돌아야 하는데, 경제활동에서는 돈이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돈으로 물건의 재료를 사고, 돈을 받고 물건을 잘 만들고, 잘 만들어진 물건은 돈을 주고 사서, 잘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이 유인가를 갖게 된다. 여기서 인간의 경제행동에 가치관이 어떻고, 자본주의 사상이, 공산주의 사상이 어떻다는 것은 생략한다. 가장 원시적 형태의 ‘일(work)’이 현대로 와서 ’돈이 안 생기면 일을 안 한다‘는 대전제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울산의 어느 모임에 사장 한 분이 참석하였다가 못 볼 것을 보고 커다란 실망에 빠진 일이 있었다. 십 여 명의 회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2차를 갔다가 나오는 길에 잠깐 화장실에 갔었는데 일행보다 한 발 늦게 나오는 바람에 못 볼 것을 본 것이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끝까지 남았다가, 이렇게 많은 손님을 내가 이리로 오자고 해서 왔으니 매상의 ‘리베이트’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10%를 요구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생산성과는 관계없는 리베이트이다. 관광지에서 택시 기사가 손님들을 어느 특정 호텔, 식당 등에 데리고 가면, 사업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때 이런 리베이트를 고객이 알고 있으면 합법에 가깝다. 그러나 모르고 있었으면 사람 취급이 아니라 물건 취급을 받고 팔렸기 때문에 불법에 가깝다.

커미션은 ‘코미숑’이라고도 발음하는 뇌물성 소개비다. 나쁘게 말하면, 상거래 질서 파괴이고, 크게는 변호사법 위반이다. 사건브로커와 같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이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준 인쇄소에 특정 기관의 인쇄물을 맡아서 하게 해주는 것은 불법으로 코미숑을 받고 하는 것과 같다. 돈이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불법이 판을 치는 것이다. 각급 단위학교 교장이, 대학의 총장이 신축 건물을 지을 때, 비록 공개적 입찰과정을 거쳤을지라도 묵시적으로 1%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공개된 비밀로 부쳐져 합법이 되지만, 노OO의 오랜 기간 경제적 후원자를 지낸 사람이 과거의 음덕으로 공사를 따냈다면 코미숑 아닌 코미숑을 지불한 것이 되어 불법을 저질렀다고 가정하고 출국금지령을 내린다.

초·중·고 각 급 학교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여 다친 학생들을 응급처치로 병원에 실려 보내야 할 일이 생긴다. 요즈음 세상, 학부모의 원성은 학교를 흔들어 놓을 만큼 변해버렸다. 119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면, 학부모들은 ‘왜 내 자식을 그런 작은 병원으로 보냈느냐? 대학병원, 아니면 OO병원으로 보내야지’이다. 그래서 멀어도 그곳까지고 보내고 병원과 학교와 구급대가 무슨 불법 코미숑으로 연결되어 있지나 않은지 의심을 받는다. 교육에서만큼은 이런 불법 코미숑이 없음을 일반 학부모들은 믿어주어야 울산 교육이 마음 놓고 자신있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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