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목장’의 결투
‘울주 목장’의 결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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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수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의정, 관료, 지역인사 등 세 부류의 예상 후보군(郡)이 형성될 것 같다. 현 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자천, 타천 10여명에 이르고 있지만 후보 등록일이 임박해지면 잔여 주자는 5, 6명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한나라당이 공천자를 내면 무소속, 야권을 포함 3, 4명이 ‘울주 목장’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지금껏 부상되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여튼 울주군수 보궐선거와 맞물려 있는 초미의 관심사는 한나라당의 후보자 공천여부다. ‘정당공천‘을 강력히 주장하며 기대하고 있는 쪽은 시?군의회 등 의정(議政) 출신들이 많다.

‘군수 보궐 선거’는 행정 관료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 정신에 입각한 ‘주민대표를 뽑는 것’이란 게 그들의 주장이다. 선거는 정치행위의 일종이므로 집권여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또 난립하고 있는 작금의 예상자들을 걸러내는 방법은 ‘공천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 속엔 나름대로의 이해득실을 따진 계산법이 작용하고 있다. 주민과의 스킨십(skin-ship)에서 생긴 행정 관료의 ‘프리미엄’을 공천으로 맞받아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행정관료 그룹에 속해 있던 예상자 중 2명이 자격요건 미비, 외부발 해프닝으로 밝혀지면서 초점은 자연스레 신장열 현 울주부군수 쪽으로 옮겨져 가고 있다. 결국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이미 물밑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 신 부군수의 ‘장군’이 공천파의 ‘멍군’에 격돌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 정가에 기반을 둔 ‘공천 지지파’의 중심에는 김춘생 울산광역시의원, 윤관일 전 경남도의원, 서진기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등이 있다. 이들이 공천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지역 정치권과 자신들의 연고 관계 때문인 듯하다. 김춘생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 당적이 아닌 강길부 의원을 지지, 당선케 했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권과의 유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어쨌든 ‘공천 지지파’들은 간판을 내세워 행정 관료의 침투력을 차단하고 ‘선거 분위기’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무공천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점치는 쪽은 행정관료, 지역인사 출신들이 많다. 그들의 ‘공천불가’ 근거는 시간적 제약이다. 이달 25일 엄창섭 울주군수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울주군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고 가정할 경우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24, 25일까지 20여일 남은 기간 동안에 ‘올바른 공천결정’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예상 주자들이 친 한나라당 성향 인사들인데 그 중 ‘한 명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 시간에 쫓겨 ‘전략공천’을 했을 경우 나머지 탈락세력들이 연대해 도전하면 ‘박만 깨고’ 제3자를 당선시키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공천주장에 반론을 펴는 이들의 주장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7, 8명이 난립한 가운데 ‘무한도전’에서 당선된 ‘울주군수’의 영향력은 미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은 1년 반 임기동안 ‘존재’만 할 뿐 ‘통치’하지 않는 상징적 인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민주당, 민노당 등 야권이 겨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춘추전국시대’다. 후보가 난립할 경우 야당의 결집력을 앞세워 ‘결투’에 나설만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 정치권, 행정관료 출신이 아닌 지역사회 인사들도 ‘무공천’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역민과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대결에 임하는 그들에게 ‘정치바람’이 불어오면 총 한번 제대로 못 쏴 보고 끝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란 판도라 상자와 같아서 열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그 속을 모른다. 제3의 인물이 불현듯 나타나 ‘울주 목장의 결투’를 단번에 끝장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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