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습지 견학기
대만 습지 견학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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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간 대만의 습지 관리·운영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견학을 다녀왔다. 대만은 아열대 지역이라 그런지 3월 중순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더웠다. 공항 주변의 농경지에는 벌써 모내기가 끝난 곳도 듬성듬성 보였다. 교외로 나가자 모두 써레질을 끝낸 논들이다. 수십 마리의 제비가 솟구쳤다 날았다를 반복하며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다. 이번 견학은 남구청이 가칭 ‘삼호 철새마을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만의 자연과 인공습지를 둘러보는 기회였다. 남구청 공무원과 해당지역 주민자치위원장 그리고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원과 함께했다. 또한 뉴타이페이시와 협약(MOU)을 맺는 현장에도 동참했다.

이번 견학의 중심에는 신페이(新北)시에 있는 ‘탐수하자연습지(淡水河自然濕地)’, ‘녹각계인공습지(鹿角溪人工濕地)’, ‘습지고사관(濕地故事館, Wetland Story House)’, ‘관두자연공원(關渡自然公園, Guan du Nature Park)’ 등 4곳이 있었다. 그 외 팁(tip)으로 ‘101빌딩’, ‘용산사’ 등 2곳도 견학했다. 대만은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으면서 점차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도 입국심사 절차가 빠른 우리나라보다 1시간 넘게 소요된 것은 옥에 티였고,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대만은 우리나라 전라도와 경상도를 합친 면적쯤으로 인구가 2천 5백만 정도”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니 대만은 전체적으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으로 우리나라 지형과 많이 닮았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의 위성도시인 신페이(新北)시는 우리나라 서울과 수원, 분당, 일산 등과 비교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견학의 대상이 된 습지는 담수하가 중심이었다. 타이페이시에서 흘러내리는 기륭하와 신타이페이시 상류의 대한계(大漢溪), 신점계(新店溪)가 합쳐지는 중류쯤에 담수하가 있다. 합수된 두 강은 강폭을 넓히면서 하류에 거대한 습지를 만들어 놓고 결국에는 대만해협으로 흘러들어간다.

담수하는 태화강과 여러 가지로 닮아 있었다. 보은천과 척과천을 감싸 안은 태화강이 동천과 합수되면서 하류에 큰 습지를 넓혀놓고 울산만으로 흘러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첫 번째로 찾아간 ‘탐수하 자연습지(淡水河自然濕地)’는 바다와 인접한 곳으로 물 빠진 갯벌에는 짱뚱어가 검은머리흰따오기의 눈치를 봐가며 이리저리 먹이활동에 바빴다.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제비에 놀라 일제히 숨는 짱뚱어의 무리행동은 무척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대만에서 백로, 할미새, 도요새, 바람까마귀, 찌르레기, 참새, 흰뺨검둥오리, 멧비둘기, 양비둘기, 쇠물닭, 왜가리, 때까치, 제비, 까치 등을 관찰했다.

두 번째로 견학한 ‘녹각계인공습지(鹿角溪人工濕地)’는 담수하 상류의 대한계로 유입되는 생활 오·폐수를 정화시켜 담수하로 흘려보내기 위한 인공습지였다. 신페이시 정부의 고탄지공정관리처(高灘地工程管理處)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회야강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非点汚染源 non-point pollution source)’을 친환경적 습지를 통해 정화시켜 양질의 상수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울산시상수도본부가 관리하는 ‘회야강 인공습지’보다 더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세 번째로 탐방한 ‘습지고사관(濕地故事館, Wetland Story House)’은 폐교 건물을 활용한 것으로 습지 전문 학습관이었다. 습지의 생성, 역할, 활용, 서식생물종 등 습지와 연관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네 번째로 찾아간 ‘관두자연공원(關渡自然公園, Guandu Nature Park)’은 담수하 하류에 형성된 자연습지였다. 과거에는 홍수와 태풍 등으로 지속적인 농사가 보장되지 못했지만 농민들과 정부가 협력하여 자연공원으로 지정, 활용도를 높였다고 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자연생태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팁(tip)으로 101층 빌딩, 도교사원 2곳을 더 둘러볼 수 있었다.

101층 빌딩의 전체 높이는 509m였고, 89층(382m)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야경은 참으로 아찔했다. 지진과 태풍이 잦은 대만에서 101층은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높이다. 그러나 바람과 진동으로부터 건물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무게 680ton의 윈드 댐퍼(Wind Dam per)가 있어 안전하다고 했다. 추의 지름이 5.5m나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도교 중심의 사찰인 용산사를 밤에 찾았다. 담의 사방은 관등으로 둘러쳐졌고 입구부터 뿜어져 나온 짙은 향연으로 도량은 운무에 쌓인 듯했다. 던질 기회가 3번 있는 반달 모양의 복앙(伏仰) 점괘 한 짝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던져보았다. 재미로 던졌지만 결과가 좋게 나오니 중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만의 습지 견학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으로 유익했다. 견학을 다녀온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 실천할 일만 남았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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