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조형물을 보며 33 신라기술과 美學의 에밀레종 ④
신라조형물을 보며 33 신라기술과 美學의 에밀레종 ④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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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2쌍의 상부에 위치한 4곳 유곽 안에는 3열 3항으로 9개씩 36개의 유(乳)가 솟아있다. 여자 젖꼭지 모양과 흡사해서인지 유이고, 그 기능성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연화 꽃술자리에 알맞은 크기와 높이로 솟아 있는데, 이 또한 비천상과 동감수준의 조형미이다.

불교를 숭상한 고려에서도 수많은 범종을 조성했으나 신라 종의 몇 부분은 생략, 변용되었다. 신라종의 음부(音符)나 비천(飛天)이 사라졌다. 비천상 위치에 두 줄의 띠가 생겼고, 유가 두드러지게 강조되어서 중국과 일본의 종들과 비슷해졌다. 그러한 고려범종의 규모나 조형미가 신라종의 수준을 능가하거나 동급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종소리 기능도 그러하다.

필자는 조각가이기에 작업을 마치면 목재, 석재나 석고, 수지의 재료분말과 먼지를 뒤집어쓰기가 일쑤이다. 이를 씻고 건강상 가히 수준급으로 자처하는 수영을 하려고 호텔현대레포츠를 찾는다. 만나는 여러분 중에 경제학교수와의 성덕대왕신종에 관한 대화가 있었다.

여자 유방에 크고 굵게 돌출한 검붉은 유두(乳頭)와 적당한 크기로 보기에도 좋게 돌출한 볼그레한 주홍색의 젖꼭지 중에 선호하라면 어떤 유두를 선택할까. 물론 취향과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될 것이다. 그러나 굵고 큰 유두는 원시적이며, 일부분 선호이고 일시적일 것이다. 이에 비하여 적당한 크기의 유두는 인간의 미적 본능에 의한 전반적이고 지속성으로 선호되어 왔다.

다시 말하면 신라종의 유가 정당한 크기로 돌출한 모양임에 반하여, 고려범종의 유는 굵게 튀어나와서 종신과 분리된 감이다. 따라서 고려범종의 조형미는 신라종에 비하여 수준 이하일 수밖에 없다. 세계학계에서 Korea Bell의 학명은 신라종의 특성을 통칭하지만 특히 성덕대왕신종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처럼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이라는 전설의 종처럼 소리기능성뿐만 아니라, 조형미도 석굴암불상과 동급이다. 이 조형물들은 소국 신라가 한반도 3국의 통일대업을 이루고 나서 태평성대의 8C에 이뤄진 결과물로 현존한다.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에 의하여 주권구속을 당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러한 유물들은 정신적으로 독자문화를 유지한 민족으로 자부하는 증거물인 것이다.

현대인은 불편하고, 정보에 뒤쳐지면 자멸할 것 같은 일상의 연속을 헤맨다. 악착스레 컴퓨터에 매달리고 축지의 질주차를 몰고 있다. 그리고는 신분과 직업의 귀천이 없는 평준화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양반도 상놈도 없을 평준의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더러 상놈이라고 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사생결단을 내려 할 것이다. 상놈 짓을 했고, 양반이라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하듯 양반 상것이 현존하며, 그 의식수준은 오히려 격차를 더하는 현실의 현대이다.

성덕대왕신종이나 석굴암유물들은 상위수준의 양반증거물이고, 정신적 푯대의 뿌리이다. 그러므로 상놈이 싫다면 필자나 독자들은 물론 국민은 이 양반의 뿌리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호부터 삼국유사와 구설로 전해오는 황룡사종의 존재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계속>

/ 이동호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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