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역 학생들도 회원으로 가입시킬 것”
“미래의 주역 학생들도 회원으로 가입시킬 것”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3.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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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윤 한국수소산업협회 회장·㈜덕양 대표이사
창립기념 세미나 주제는 ‘수소충전소’

이 회장은 2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기념비적 행사는 30일 오전 울산롯데호텔 3층 샤롯데홀에서 열리는 정기총회 겸 세미나. 울산시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울산테크노파크가 같이 주관하는 2부 행사 ‘수소충전소 발전 방안 세미나’는 울산을 먹여 살릴 미래의 곳간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실용적 학술대회라는 느낌이 짙었다. 초청장엔 수소산업계의 쟁쟁한 인사들이 1,2,3 주제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창종 한국가스안전공사 과장,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팀장, 우향수 울산테크노파크 센터장(협회 R&D분과위원장)이 바로 그분들이다.

창립기념 당일 진행될 또 하나의 행사가 궁금했다. 이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협회 회원들과 중구 성안동 해남사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 공양을 도와드릴 참입니다. 후원금도 100만원 따로 장만해 드리고요.”

올해 창립기념일 이웃돕기 봉사는 불심(佛心)이 남다른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창립 1주년 기념행사 때는 가톨릭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중구 학성동 ‘요셉의 집’에서 배식봉사를 하면서 후원금도 전했다. 그때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이동구 박사(한국화학연구소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협회 기획·홍보분과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동구 박사라면 협회의 산파역을 맡았던 주인공이다. 이웃돕기 대외봉사는 ‘수소사회 봉사단’ 이름으로 해오고 있다.

울산 충전소 1곳→2020년까지 10곳으로

세미나 주제에도 등장했듯이 ‘수소충전소(수소 스테이션)’라면 수소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의 수소충전소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수소산업은 어느 수준에까지 와 있을까. 이 회장의 설명이 뒤따른다. 듣고 보니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수소충전소는 전국적으로 모두 9기쯤 있을 겁니다. 대구, 창원, 광주, 충남에 한 군데씩 있고 울산은 우리 회사가 맡아서 운영하는 충전소가 매암동에 딱 한 군데 있지요,”

나중에 직접 찾아가 들어본 결과 이 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량(수소차)은 3월 들어 28일까지 통틀어 38대. 하루 2대를 다 못 채운 셈이다. 이 중 1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투산’이다.

그렇다면 울산에서 움직이는 수소차의 수는? 울산시 소속 9대(수소버스 1대 포함), 울산테크노파크 소속 1대, 회사 소속 2대, 울산대 소속 1대까지 합쳐 많아야 13대를 헤아린다. (혹자는 6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망은 무한대로 밝다. 지난해에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도 있지 않았던가. 이 회장은 이 사실을 너무도 고마워한다. 그래서 힘이 솟는다.

“정부는 친환경자동차 보급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수소차량 9천 대와 수소 스테이션 90곳을 계획하고 있지요. 울산시도 전략산업 기획에서 2020년까지 수소차량 4천 대와 수소 스테이션 10여 곳을 갖출 계획이어서 울산이 친환경차량 보급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덕양 첫 간판 ‘울산산소’ 7차례 개명

화제를 잠시 (주)덕양 쪽으로 돌렸다. 창립 시기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2년 후의 일이다. 지난해 1월 이치윤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독립하기까지 기업의 주춧돌을 놓았던 창업주 이덕우 명예회장(84)이 처음 달았던 이름표는 ‘울산산소’였다.

구멍가게나 다름없었던 울산산소는 산업도시 울산의 성장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자본금을 불려 나갔다. 1967년 4월 한국비료(주)(현 삼성정밀화학)와 산소, 질소, 탄산가스, 암모니아 판매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는 날개라도 단 듯 사세가 커나갔다. 회사 측의 설명이 자못 흥미롭다.

“1960년대 초 울산 학산동에서 ‘울산산소’라는 간판을 걸고 자전거와 리어카 한 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울산에서 시작한 공업화로 공장 건설이 가속화되고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산업용 가스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덕양도 열심히 가스를 산업현장에 공급하면서 우리나라 공업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발 빠른 성장과 함께 사명(社名)도 변신을 거듭했다. 울산산소→울산가스산업사→울산종합가스(주)→덕양가스(주)→㈜덕양에너젠→㈜덕양으로 간판을 바꾸어 단 것이다.

수소공급 전국1위…SK·S-OIL에 전량판매

㈜덕양은 울산 제1, 2, 3공장을 비롯해 충남 서산, 전북 군산, 전남 여수, 경북 경산 등 7개의 공장을 통해 전국 각지 주요기업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수소가스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울산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연간 90만 톤.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60%아 된다. 그 선봉에 전국 최대의 수소가스 공급업체 ㈜덕양이 있다. 생산과 저장, 수송의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서 자리를 굳혔다. 국내 최초로 파이프라인과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해 전국 공장에 수소가스를 공급한 것도 이 회사의 큰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전국 1위는 당연히 울산 1위로도 통한다. 특히 LP가스를 개질해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울산 제3공장은 2012년부터 SK가 필요로 하는 수소가스 전량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S-OIL과도 수소가스 대량공급 MOU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수소가스는 석유화학 공정, 반도체 생산, 원자로 냉각, 금속 열처리, 수소연료전지 생산에 이르기까지 용도도 거의 다양하다. 거기에다 무한대로 생산해낼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원이다 보니 울산시로서도 각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울주군 온산읍의 LS니꼬동제련 사택 일원에 조성된 세계최대 규모(총출력 195㎾의 수소연료전지 150대 보유)의 ‘수소타운’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것도 울산시에 힘을 실어주었을 법하다. 이치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김기현 시장님도 관심이 대단하십니다. 수소산업을 3D프린트산업과 함께 당장의 핵심 산업이자 미래의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하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덕우 창업주 설립 ‘춘포문화장학재단’도 후원

‘㈜덕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창업주이자 이치윤 회장의 부친인 이덕우 명예회장이 설립한 ‘재단법인 춘포문화장학재단’이다.

2001년 12월 1일 울산 코리아나호텔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덕양가스 춘포 이덕우회장 고희기념 춘포문화장학재단 설립 발표회’였다. 이덕우 당시 회장이 고희(古稀, 70세)를 맞아 사재 5억5천만 원을 털어 춘포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되었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설립 취지와 목적이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춘포(春圃)는 이덕우 창업주의 아호다. 춘포문화장학재단 설립에 얽힌 뒷얘기를 회사 관계자가 슬쩍 귀띔해 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회장은 ‘돈을 벌면 일부를 반드시 사회에 내놓겠다’고 결심했다는 말도 곁들인다.

“문화장학재단 설립은 이덕우 회장님의 필생의 사업이었지요. 이 회장께서는 팔각회, 라이온스 등 지역의 각종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셨다고 합니다. ‘좀 더 오래 지속되면서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문화장학 사업이었답니다.”

재단의 사업은 춘포문화상(개인), 학술문예지원(단체), 춘포장학금의 세 부문으로 나뉜다. ‘춘포문화상’의 경우 충효, 사회봉사, 문화, 예술, 언론출판, 교육부문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마다 1천만 원씩의 상금을 해마다 수여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14회를 채웠다.

올해를 기준으로 삼으면(2001∼2016) 문화상은 75명에게 4억1천850만원, 학술문예지원은 8천600만원, 장학금은 884명에게 5억3천5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덕양의 매년 순이익의 3-5%를 재단에 기부토록 정관으로 명시한 점은 찬찬히 눈여겨보고 깊이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또 춘포장학금이 울산을 중심으로 포항, 경산, 여수, 서산 등 ㈜덕양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대학생, 전문대생, 고등학생, 중학생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다. 울산의 향토기업이 외지에서 울산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이고 있는 셈이다.

“울산대 졸업 이듬해 산소통부터 날라”

울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치윤 회장이 부친의 사업체에 입사한 시기는 1987년, 대학교 졸업 그 이듬해다. “북구 달천에 있는 공장(울산 제2공장)에서 산소통을 수송차에다 싣는 일부터 시작했지요. 그땐 연 매출액이 15억 정도였는데 지금은 3천억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는가 봅니다.”

당시를 회상하는지 이 회장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그의 말대로 회사 매출도 승승장구하듯 상승 가도를 달렸다. 회사 기록에 따르면 주식회사 체제로 바뀐 1983년에 15억이던 연간 매출액은 2013년 2천480억, 2013년 3천150억, 2015년 3천120억을 달성했고 2020년 목표 매출액을 1조로 잡고 있다.

목표 달성을 향한 발걸음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최근 세계최고 수준의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특허 5건과 기술 노하우를 UNIST로부터 이전받아 신소재 생산에 뛰어든 것이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강도, 열전도율, 전자이동도 등 여러 가지 뛰어난 특성을 가진 소재여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태양전지, 자동차, 조명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가 있다. 다음은 10억원 규모의 그래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치윤 회장이 밝힌 포부다.

“제2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사업 개척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UNIST의 원천기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대규모 고용 창출과 수천 억 원대의 매출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인생 좌우명,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한국수소산업협회에는 약 90개 회원사 소속 18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문호를 활짝 개방할 작정이다. 이치윤 협회 회장은 특히 미래세대의 주역인 학생들을 주목하고 있다.

“일반시민은 물론 학생들도 회원으로 가입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소형 로봇 시연 등 각종 이벤트를 선보이면서 관심을 이끌어낼 계획도 세우고 있고요. 수소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응용 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덕양 이덕우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 회장은 부친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부친이 누누이 강조한 말씀은 ‘육하원칙(六何原則)’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사람의 할 도리를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이 회장 자신은 여기에다 좌우명 하나를 더 추가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란 금언이다. 인생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글귀다.

학성고등학교(1980 졸업)를 거쳐 1986년 울산대 경영학과를 마쳤다. 이후 고려대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1999년)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2004)을 차례로 수료했다.

4개월 생일이 빠른 박연희 여사와의 사이에 대학원과 대학교를 다니는 1녀 1남을 두고 있다. 글= 논설실장 김정주·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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