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욕(名譽慾)과 인향만리(人香萬里)
명예욕(名譽慾)과 인향만리(人香萬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2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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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이번 총선에 앞서 상향식 공천 방침을 일찌감치 천명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관위원장 자리에 앉은 이한구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제를 활용해 전략공천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무한갈등’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갈등의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는 냉소도 담겨 있다. 이는 새누리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욕(五慾)이란 수면욕·식욕·색욕·재물욕·명예욕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 인간이 제일 놓기가 힘든 것이 명예욕(名譽慾)이라 한다. 신(神)과 동격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김수한 추기경님도, 법정스님도 명예욕을 놓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영원한 것, 변하지 않는 내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직장의 경우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밑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힘들게 하는 경우의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은 그 자리가 영원하고 계속되는 줄로만 알고 착각하고 산다. 그렇지 않다. 잠깐 그렇게 있어 보일 뿐이다.

그러다 정년을 맞이하고 나면 누가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자기가 자기를 놓지를 못하다 보니 병이 들고 힘들어 하는 것이다. 동쪽에 사는 사람들이 서쪽에 있는 산을 보면 서산이고 서쪽에 있는 사람들이 동쪽에 있는 산을 보면 동산이다. 직장에 가면 사장, 팀장, 과장이고 집에 오면 남편이고 아빠고 삼촌이고, 그렇게 이름만 붙여진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나를 포함한 인간들은 영원한 것이라 생각하고 집착을 하는 것이다. 세상엔 어떤 고정된 영원한 것이란 하나도 없다. 다만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고 그렇게 보일 뿐이다. 우리 인간들의 높고 낮음은 애당초 없었다.

정치는 사랑과 야망의 중간에 위치한다. 평소엔 사랑 쪽으로 기울다가도 선거를 앞두면 야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누가 여기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통용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격변기엔 더욱 그렇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내일은 또 어떤 관계로 변할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게 정치의 속살이자 민낯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철옹성 같은 우정도 한순간에 금이 쩍쩍 갈 수 있는, 비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만고의 진리라는 말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남사(南史)에 보면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을 대비하여 자신이 노후에 살 집을 보러 다닌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呂僧珍)이란 사람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하였다. 백만금밖에 안 되는 그 집값을 천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말에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만매택(百萬買宅)이요,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하였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불한 것입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 하려고 집값의 10배를 더 지불한 송계아에게 여승진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로부터 좋은 이웃, 좋은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한 일로 여겨졌다. 예로부터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화향백리(花香百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주향천리(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인향만리(人香萬里)>고 한다.

명예욕(名譽慾)을 멀리하고 인향만리(人香萬里)를 즐기는 사람냄새 나는 정치인은 과연 몇 명인지 묻고 싶다.

<신영조 시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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