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안토니오 이노키
알파고와 안토니오 이노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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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컴퓨터가 바둑대결을 펼쳤다.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이벤트를 보면서 떠오른 장면이 있다. 1976년 벌어졌던 일본의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와 미국의 프로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격투기 시합이었다.

당시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이었던 알리의 인기는 세계적이었다. 그는 1960년 열렸던 로마 올림픽 복싱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올림픽 영웅이었다. 프로에 전향해서 조 프레이저와 조지 포먼을 차례로 물리치면서 챔피언이 된 그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복서로 평가됐다. 지금도 복싱 헤비급 사상 가장 스피드가 좋은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 알리를 이노키가 일본으로 불러들여 시합을 벌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리나 이노키나 모두 국내에서도 낯이 익은 스타들이었다.

기자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그 시합이 열렸던 날 학교에서는 수업도 단축했다. 학생들이 귀가해서 이 시합의 위성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교사들도 이 시합을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시합내용은 터무니없이 싱거웠다. 이노키는 15라운드 동안 내내 링에 누워서 발로 알리의 정강이를 공략했다. 이노키가 이렇게 나오니 나비같이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알리의 현란한 풋웍도 도리가 없었다. 시합은 그렇게 무승부로 끝났다.

그런데 레슬링과 복싱의 시합은 애초부터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니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 시합은 이노키가 주선했다. 이노키는 이 시합을 위해 알리에게 610만 달러의 대전료를 제시했다. 당시로서는 거액이었다. 이노키는 결국 이 대전료를 완납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액수가 너무 컸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합으로 이노키는 세계적이 스타로 부상했다.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자이안트 바바에 대한 열세를 단숨에 만회할 수 있었다.

이노키는 1998년 도쿄 돔에서 은퇴경기를 치렀다. 시합의 끝나자 알리가 링에 등장했다. 파킨슨 병을 앓던 알리가 불편한 몸으로도 태평양을 건너왔던 것이다. 알리가 이노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바둑대결은 구글측이 주선했다. 구글은 그들이 개발한 알파고의 인공지능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 이세돌 9단을 선택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마무리됐다. 구글의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더불어 인공지능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시합은 애시당초 공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1천200대의 중앙처리장치가 가동되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인간이 당해낼 수 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세계적 이벤트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일으킨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이번 바둑대결은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것이었다.

신석기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획기적인 변곡점을 경험했던 인류는 전기와 인터넷에 이어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전기는 원래 조명용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전기의 용도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도 설명이 필요 없다. 인공지능의 활용범위가 어디까지 이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에서 뒤처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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