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겁니다”
“지역사회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겁니다”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3.15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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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2014년 6·4 지방선거(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기초자치단체장 직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이후 그는 무관(無冠)의 의미를 곱씹어야 했다. 인고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도전 의지만은 결코 꺾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낭인(浪人)생활 근 20개월 만의 일이었다. 울산혁신도시로 둥지를 옮긴 한국산업인력공단 선임 이사의 중책을 새로 떠맡게 된 것이다. 박순환 기획운영이사. 올해 만으로 61세인 그는 제5기 울산광역시의회 전반기 의장을 역임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유력 정치인이었다. 의장 재임 2년 동안 손가락질 받는 일이 없었다.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유머 감각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선(善)순환’이란 표현을 틈만 나면 구사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는 지난 2월 2일자로 악순환의 고리를 보기 좋게 끊고 2년 임기의 이사직에 취임했다.

취임 한 달 선임이사… ‘일과의 전쟁’

한국산업인력공단 건물 7층에 자리 잡은 박순환 기획운영이사의 집무실. 그 문을 두드린 것은 취임 한 달이 갓 지난 지난주 목요일(10일)이었다. 날짜를 금요일로 잡을 수 없었던 것은 이날도 ‘서울 출장’ 일정이 잡혀 있었던 탓이다.

“일주일에 두 번 서울 나들이 할 때도 있지요.” 정부부처 차관 주재 회의는 물론 고용노동부 실장 주재 회의에도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국 출장이 잦은 공단 이사장을 대신해서 울산 본사에서 진행되는 화상회의도 주재해야 한다. 전국 지역본부, 지사와 업무정보를 교환하는 시간이다. 또 목요일 오전에는 집무실에서 열리는 본사 팀장 회의도 지켜봐야 한다. 일명 ‘경영 내비게이션 회의’로 통한다.

시쳇말로 일복이 터졌다. 일 구덩이에 파묻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다보니 마음 놓고 쉴 틈이 없다. 취임 한 달이라지만 아직도 파악해야 할 일들이 태산 같다. 하지만 감당해낼 자신은 얼마든지 있다. 지방의회 경력과 주위의 시선을 생각하면 의욕이 샘솟지 않을 수 없다.

‘공단법 1조’에 따라 설립된 국내 산하조직은 예상 외로 방대하다. 전국 6개 지역본부(서울, 부산, 대구, 중부, 광주, 대전)와 18개 지사, 그리고 91개 팀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코리아텍)와 한국폴리텍대학은 산하기관에 속한다.

직제상 울산 본사에는 기획운영, 능력개발, 능력평가를 담당하는 이사 3명이 있다. ‘기획운영이사’라면 공단 전체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이사진 중에서도 어깨가 제일 무거운 선임이사다. 그 일을 신임 박순환 이사가 떠맡아 해내고 있다.

‘NCS’ 통해 장인·명장도 길러내

공단의 설립목적을 잠시 들여다보자. 앞서 언급한 ‘한국산업인력공단법 제1조’는 ‘근로자 평생학습의 지원, 직업능력개발훈련의 실시, 자격검정, 숙련기술장려사업 및 고용촉진 등에 관한 사업의 수행으로 산업인력의 양성 및 수급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해, 기능올림픽 대회를 개최하는 일이나 장인, 명장 길러내는 일을 비롯해서 ‘국가자격’에 관한 일이라면 모조리 공단에서 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산업인력공단’ 하면 ‘NCS(Nas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공단이 펼치는 역점사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능력개발, 능력평가, 외국인 고용 지원, 해외취업 지원, 국제교류협력, 숙련기술 진흥, 국가직무능력표준, 국정과제도 다 그 속에 포함된다.

이 중에서 우선 ‘해외취업 지원 사업’에 초점을 맞춰 보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K-Move 사업’이 대표적인 본보기사업이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힘을 합쳐 청년들의 해외취업, 해외인턴, 해외봉사, 해외창업과 같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 해외진출의 교두보 ‘청해진 사업’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보셔도 됩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젊은이들을 우리 공단에서 교육하고 훈련시켜 해외로 내보내는 사업인 셈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K-Move 사업에는 ‘(장보고의) 청해진 사업’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청년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사업’이란 의미다. 교육훈련은 기간에 따라 단기(3∼6개월), 장기(6개월∼1년) 두 가지로 나뉜다.

외국인 고용 지원사업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산업계를 지탱하는 산업인력 중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무시 못 할 존재다. 현재 우리 산업계에는 베트남, 몽골, 타일랜드,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15개 나라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소기업의 버팀목으로서 일조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이들이 국내에서 무사히 그리고 제대로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훈련에 이르기까지 입국 후의 교육훈련에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또 이들이 우리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말, ‘울산숙련기술인과 함께하는 노사합동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이란 이름으로 인도네시아 찌부뚜 마을과 아마나그룹 홈을 찾아가 우물을 기증하고 공부방을 만들어준 것도 실은 그런 배려의 하나로 볼 수 있지요.”

정부 차원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고용관리위원회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받아들일 외국인 근로자 수를 한 해 1천600명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는 위원회의 몫이다. 국내 청년실업 대책, 청년일자리 사업과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취업 지원 사업은 공단 부설기관인 국제인력본부 소속 ‘글로벌일자리지원국’에서, 그리고 외국인 고용 지원사업은 같은 본부 소속 ‘외국인력국’에서 맡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 반드시 늘릴 것”

이날 공단 건물 2층 대강당에서는 때마침 새내기 연수 행사가 이틀째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새로 뽑은 인턴직원 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016년도 청년인턴 입문교육’이었다. 박 이사가 인터뷰 도중 집무실 자리를 잠시 비운 것도 바로 이 행사 때문이었다. 기획운영이사로서 청년인턴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해야 했던 것이다.

박 이사는 청년인턴 교육이 끝나고 나면 이들 새내기 중에서 12명 정도는 울산 본사에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부분 UNIST나 울산대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산업인력공단의 근무인원은 전국을 통틀어 1천280명을 헤아린다. 이들 중 35%인 450명이 현재 울산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 이사는 그러나 고민이 깊다. 공단이 지역인재 채용에 너무 인색하지 않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 과제도 그의 연간 일정표에는 엄연히 들어있다.

지역사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사실 울산 토박이인 박순환 이사만한 이도 공단 내에서는 드물 것이다. 박 이사는, 아직은 업무 파악과 장악이 급선무이기에, 시간여유가 생기는 대로 공단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의 반경을 점차 한 단계씩 넓혀나갈 생각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울산혁신도시 이사 직후인 2014년 10월 울산지역 숙련기술인 봉사회와 손잡고 울주군 상북면 양등마을에서 마을 전체가 떠들썩하도록 첫 봉사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10차례가 넘는 자체 봉사 활동 외에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같이 손잡고 하는 ‘징검다리 봉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지난해 6월 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있었던 ‘지역 정보소외계층(다문화가족) 정보화 교육 지원’도 그 중의 하나였다.

박순환 기획운영이사. 그의 시의회 의장 시절,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그런 마음가짐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려고 애쓴다. “좌우명 말씀이지요? 한마디로 ‘남을 배려하자’ 이겁니다.” 사자성어로 하자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호적 나이로 2년 연하의 부인 문철순 여사(59)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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