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걱정하는 정치(政治)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政治)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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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의 대한민국 헌법기관을 선출하는 제20대 총선이 2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정당은 무지하게 바쁘다. 새누리당은 윤상현, 유승민 및 이재오 공천과 관련하여 화약고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해찬 후보의 낙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또 국민의당은 안철수와 천정배가 야권연대와 관련하여 집안싸움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정치 불신의 진원지는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지나 않는지 걱정이다.

선거 D-28일임에도 아직까지 선거구도가 결정되지 않은 모양새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 지연공천이 올해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국고보조를 받고 있는 한국의 정당은 학습효과가 없는지 의문이다.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정당의 공천이 늦게 이루어져 지역 유권자와 상대방 후보로부터 자질을 검증 받는 시간이 모자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었다.

이러한 반복 때문에 ‘한국 정치의 위기가 정당의 위기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각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 주판놀음’에 유권자들은 언제까지 인내심으로 기다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는 이 같은 정치와 국민의 간극에 단초(端初)하진 않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정당(政黨)이란 국민의 이익 증진과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결사단체이고, 정당정치(政黨政治)란 이러한 정당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정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3개 이상의 여러 정당이 공존하는 다당제적 정당정치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여러 개의 정당이 존재하므로 소수의 의견이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주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당정치는 일부 엘리트에 의한 정당 운영으로 인물 중심의 정당정치, 공정하지 못한 충원 방식 등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당독재의 정치형태도 형식적으로는 정당정치임에는 틀림없으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그러한 경우를 정당정치라고는 하지 않는다.

현대 민주정치는 대의정치(代議政治)를 특징으로 하고 있고, 대의정치의 기본요소는 바로 정당의 존재에 있다. 따라서 현대 민주정치의 핵심은 정당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 즉 무당정치(無黨政治) 현상은 정당의 후보공천과 관련이 있다. ‘공천권은 권력투쟁의 산물’, ‘정치는 생물(生物)이고 공천은 요물(妖物)’이라는 조어에서 정당정치의 민낯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정당들의 공천 투명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당의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정당의 후보공천 과정에서 ‘눈에 안 보이는 손’과 ‘줄 세우기 식’은 제고되어야만 하며 민주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다양한 경선 제도를 도입하여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후보공천의 민주성을 제고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각 정당의 후보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한국 정당의 후보공천이 아직도 민주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당의 후보공천 과정에서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각 정당마다 정당지도부에 의해 선임된 공천심사위원회의 전략공천이나 일방적 후보 결정이 개선되어야 하고, 각 정당의 공천 규정과 기준도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당을 정치꾼들의 모임으로만 보는 정치 혐오는 더 나은 정치를 만들 수 없게 한다. 사회가 더욱 불평등해지고 자율성이 낮아지는 건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해서이다. 또 정치인들이 평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금배지와 자존심 선거에만 매달린다면 그건 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치인들의 실력과 성품을 사회가 공공재처럼 향유하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길 갈망한다. 이것이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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