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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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몸동작의 미의식에서 창조된 예능적 성격의 춤을 예술적으로 추는 사람을 ‘직업적 춤꾼’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자칭 ‘무용인’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직업적 춤꾼과 자칭 무용인을 애써 구분 지으려는 이유가 있다. 직업적 춤꾼은 학문적 배경과 사회적 소양, 예술정신 등에서 진실성과 성실성을 그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팸플릿을 보면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어떤 새로운 해설이 있는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펼쳐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답습되고 획일화된 내용이 되풀이되어 싫증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모자라 내용은 알맹이도 없이 엿가락처럼 늘어뜨린 경우가 너무도 많다. 예비종 치고 객석에 앉아 짧은 시간 읽기에는 지루할 만큼 길기만 한 것이다. 한 번 보아서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춤에 대해 분명한 개념 정리가 되지 않아 항상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르치는 이가 이론 교육과 표현 교육을 같이하기보다 표현 교육에 치우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간혹 특징을 설명한다 해도 ‘정중동(靜中動)’이란 단어를 획일적으로 사용해 의미나 알고 사용한 것인지, 습관처럼 되풀이 사용한 것인지 의아하게 느낄 때도 종종 있다. 직업적 춤꾼이라면, 한국무용 해설에서 ‘정중동’이란 단어를 빼냈을 때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다.

춤의 분류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춤의 분류는 공연 팸플릿을 굳이 펼쳐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분류된 사례를 소개하면, 종묘제례의 의례무인 일무(佾舞)는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구분 짓고, 불교 의식에서 소리와 몸짓은 범패와 작법으로 구분 짓는다. 성경린은 ‘궁중무용무보’(세신문화사.1987)에서 사자춤은 건무, 학무는 연무로 구분 지었다. 정병호는 ‘한국의 전통춤’(집문당.2002)에서 춤을 기능적, 직능적, 예술학적, 사회과학적 등 무용학적으로 분류했다. 앞서 소개한 구분법은 무용학적으로 구분되다 보니 예술적 공연 춤을 관람하는 관객에게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춤은 손과 발을 함께 움직여 표현해내는 예술이지만, 손과 발 가운데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손춤’과 ‘발춤’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무용인인 필자는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단순 구분법인 ‘손춤’과 ‘발춤’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손을 나타내는 ‘수(手’)와 발을 의미하는 ‘족(足)’ 중 어떤 부위를 중심으로 활용·부각시키느냐에 따라 구분한 방법이다. 그 전거(典據)는 “즐거움은 저절로 생겨나는데, 저절로 생겨나면 어떻게 그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칠 수 있겠는가?’라고 한다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이 뛰고 손이 춤춘다(樂則生矣, 生則惡可已也? 惡可已, 則不知足之蹈之手之舞之)”고 한 맹자(孟子)의 ‘이루(離婁)’다. 현재는 무도장(舞蹈場)이라 하여 오히려 사교댄스에서 무도의 어원적 개념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손춤’이란 손 위주의 손놀림이 중심인 춤을 일컫는 말이다. 손의 기교가 돋보이는 손춤의 대표적 사례로 ‘승무’와 ‘살풀이춤’을 들 수 있다. 승무는 긴 장삼을 이용해 다양한 손놀림으로 표현한 것이며, 살풀이춤은 긴 명주수건을 지물하고(=집어 들고) 손의 놀림과 기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수건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한영숙(韓英淑.1920-1989), 김덕명(金德明.1924-2015), 김숙자(金淑子.1927-1991), 이매방(李梅芳·1927~2015) 제씨는 승무와 살풀이춤으로 이름을 날리던 춤꾼이었다. 특히 김덕명의 지성승무(至誠僧舞), 김숙자의 도살풀이춤은 이름과 긴 수건으로 미루어 일반적 승무나 살풀이춤과는 느낌이 다르다.

둘째, ‘발춤’은 다양한 발 디딤의 기교가 부각된 ‘태평무’, ‘허튼살풀이춤’이 대표적이다. 발춤의 매력은 현란한 발 기교와 빠른 걸음새, 그리고 경쾌하고 빠른 장단의 반복에 있다.

대표적 걸음새는 ‘까치걸음새(鵲躍)’ 혹은 ‘참새걸음새(雀躍)’다. 날아가기는 조금 멀면서도 가까운 곳으로 옮겨갈 때 까치나 참새는 팔짝팔짝 튕기는 듯 뛰어간다. 이러한 조류의 모방 걸음걸이가 무용에서 흥을 돋우고자 할 때 흔히 활용하는 걸음새다. 발춤은 넓은 무대에서 ‘까치걸음새’에 자진모리 혹은 휘몰이가 받쳐주고 현란한 조명까지 더해주면 보는 관객도 추는 춤꾼도 함께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디딤새의 기교가 돋보이는 태평무와 허튼살풀이춤은 디딤 사위, 구르는 사위 등 맺고 푸는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맘대로 구사할 수 있는 춤이다. 꽹과리의 강하고 빠른 장단 사운드의 반주로 빠른 발 놀음을 볼 때 무아경에 충분히 빠져들 만하다. 태평무의 강선영(姜善泳.1927-2016), 허튼살풀이춤의 정재만(鄭在晩.1948-2014) 두 분은 이미 작고했다.

기존의 춤 분류법 외에 단순 구분법을 제언하는 것은 춤도 시의적으로 용어의 개념을 정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체계화된 학문적 이론에 의한 정리된 개념 분류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시청각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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