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투쟁으로 뭘 얻겠다는 것인지…
공동투쟁으로 뭘 얻겠다는 것인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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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그룹 산하 10여 개 노조의 공동교섭 투쟁 안을 최종 승인하는 뜬금없는 결정을 했다. 공동교섭을 발상한 노조나 이를 선뜻 인정한 상부조직의 속내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덫을 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익히 소문이 나 있듯이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노조는 해마다 사측과의 교섭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에 적잖은 폐해를 입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의 이익은 철저히 챙겨가는 집단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표출했다. 현대차지부만 봐도 그렇다. 1987년 7월 노조 설립 후 해마다 파업을 밥 먹듯이 하며 무려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매출손실을 입혔다. 그러면서도 국내 최고의 복지혜택을 누릴 뿐만 아니라, 기술직(생산직) 근로자의 연봉도 1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귀족노조’라는 비아냥거림을 자초했다.

산별노조는 말 그대로 동일업종 특히 중소기업들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연합한 형태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같은 거대노조는 굳이 산별노조가 아니라도 충분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산하에 들어가 해마다 수십억원의 맹비를 납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지부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산하 노조는 금속노조의 최대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실한 하수인이자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 금속노조의 공동교섭·공동투쟁 승인은 말이 승인이지 사실상 금속노조가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억지춘향이 노릇을 한 금속노조는 차제에 자기 위치를 분명히 확인하는 뼈아픈 자성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현대·기아차는 2012년과 2014년에도 공동투쟁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다시 공동교섭을 하겠다는 것은 실익보다는 ‘힘자랑’이나 해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같은 그룹사의 노조라도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듯이 임·단협도 해당 기업 사정을 감안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일괄적인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것은 침대길이에 사람을 맞추겠다는 억지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특정 그룹사 노조만 연합해 교섭을 하겠다는 것은 산별노조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산별노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반 기업에 비해 임금·복지수준이 월등한 대기업이 자기들끼리 손발을 맞추겠다는 것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여타 중소기업 노조들에게 심한 괴리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속담이 있다. 금속노조가 이번 공동교섭·투쟁을 마지못해 승인한 것은 현대·기아차지부의 ‘바지사장’임을 자인한 것임과 동시에 미필적 고의나 다름없다. 현대·기아차가 아무리 실세 중의 실세라고 하더라도 금속노조 출범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를 하겠다는 데 대해 제동을 가하지 않은 것은 향후 유사한 요구가 있을 경우 또 다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전례를 만들었다는 것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춘풍은 하루가 다르게 온기를 더해간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는 매서운 삭풍이 점점 더 세게 불고 있다. 특히 공급과잉에다 수입차 점유율 상승과 중국 토종업체의 약진 등 2중 3중의 도전을 받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비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며 위기타파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을 힘들게 하는 일에만 골몰하는 것은 노조 자신의 발밑을 허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현대차 최고경영자가 “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와 근로자들의 위기불감증이 오죽했으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싶어 참 안타깝다. 지금이 과연 공동투쟁가를 부를 호시절인지 묻고 싶다.

<박선열 편집국 /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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