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계단들 사이
마을 주민들의
삶의 향기 풍겨
좁은 계단들 사이
마을 주민들의
삶의 향기 풍겨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03.0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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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흰여울문화마을’
▲ 절영해안산책로 초반의 해녀촌 탈의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흰여울문화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지난 1월 인기 TV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는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쫓고 쫓기는 ‘공개수배 추격전’이 방송됐다. 또 이 마을은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영화와 예능프로그램에 잇달아 방영되면서 평범했던 마을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 과거 가파른 비탈길에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영도의 대표적인 달동네이기도 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정말 관광지일까.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도시재생도 이뤄지고 있는 이 마을의 모습이 궁금해 부산 영도를 찾았다.

절영해안산책로와 인접한 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은 부산 광복동을 지나 영도대교를 건너면 금방 나온다. 울산에서 약 1시간 30분. 그리 멀지도 않다. 마을은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가파른 언덕에 있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산책로 입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산책로 입구에는 산책로와 영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절영해안산책로의 ‘절영’은 영도의 옛 이름이다. 끊어질 절(絶), 그림자 영(影)을 쓰는 절영도에서 ‘절’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영도만 남았다. 영도는 또 ‘말’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단다.

신라 때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는 말 방목장이 있었다고. 많은 명마 가운데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어찌나 빠른지 그림자조차 따라오지 못하고 말과 끊어졌다는 전설도 있다.

마을의 첫 시작점부터 둘러보려면 산책로 초반에 있는 해녀촌 탈의실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계단 오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지난 겨울동안 운동을 게을리 했던 기자는 계단을 다 오르고 나서 숨을 헐떡였으니 말이다.

 

▲ 계단으로 이어진 마을 골목.

‘바다와 계단’ 부산의 특징 담고 있는 마을

계단을 올라 마을에 도착하면 영도 해안의 절경에 빠져든다. 평지보다 높은 곳에 있는지라 마을에서 바라본 영도 해안의 경관은 탁 트여져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이날 청소년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이 마을을 구경하러 왔다. 다들 마을 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방문을 기념했다.

이 마을은 지난 2011년 마을 내 빈집 3채를 정비해 지역 예술과의 작업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부산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마을 일대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아기자기한 벽화를 그려 방문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조용했던 마을이 조금씩 관광객으로 채워지면서 활기를 찾는 듯 했으나, 갑자기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탈이 났다. 소음과 넘쳐나는 쓰레기들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고충을 담아 SNS 등에 올려 사람들에게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마음이 전해졌던 것인지, 이날 관광객들은 조용히 마을을 둘러보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흰여울문화마을에는 부산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바다와 계단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를 끼고 있음은 물론, 산복도로가 유난히 많은 부산이기에 집과 집 사이는 수 없이 많은 계단으로 연결돼 있었다. 좁고 많은 계단이지만 이 계단 속에서 주민들은 정을 쌓아가며 마을을 지켜가고 있었다. 계단으로 이어진 골목길마다 마을 주민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났다.

이 마을만의 특징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미니 텃밭’이다. 옛날 할머니 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갈색 큰 고무대야에 흙을 담고 씨를 뿌려 그 안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이다. 마을에서 이 귀여운 고무대야 텃밭은 가정 곳곳에서 보일 정도로 ‘자급자족’ 하는 마을의 일상 문화가 된 듯 했다.

마을을 모두 둘러보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제 좀 걸었구나.’ 싶으면 마을 한 바퀴를 다 돌고 시작점에 도착해 있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40분정도 소요된다.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출발점에 돌아와 보는 마을의 전경은 다시 봐도 일품이다. ‘부산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게 무색치 않다.

 

▲ 고무대야로 만든 미니 텃밭.

평범한 일상이 모인 공간

1시간동안 순수하게 마을만을 둘러봤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정말 관광지였을까. 아니다. 예쁘게 단장 했다 해도 그곳은 여전히 사람 사는 마을이었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처럼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우편물이 오가고, 가스 점검을 하는 일상이 모인 공간이었다.

오래된 공간을 새 단장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벽화와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진 곳은 늘 사람이 모인다. 하지만 우리는 관광객의 마음이 아니라 주민과 같은 ‘한마음’으로 마을을 찾아야 한다. 몸의 상처가 아물려면 약을 바르고 정성을 다 해야 하듯이 삶의 향기가 담긴 이 공간, 이 마을을 아끼는 마음이어야 진정한 도시 ‘재생’이 이뤄진다. 김은혜 기자

▲ 벽 위에 놓인 갈매기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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