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동주 그리고 3월
귀향, 동주 그리고 3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0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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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결대로 글을 써내려 가볼까 한다.

글을 곧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데 가끔 속내를 내비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지난주 동무들이랑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요즘 SNS 상에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귀향(鬼鄕)과 동주‘. 모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은 모두들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새삼 덧칠을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이 두 작품 이외에도 ‘지슬’, ‘레드 툼’, ‘나쁜 나라’ 등 잊혀져 가고 있었던 역사에 대해 다룬 수작들이 다수 있었다. 이러한 영화인들의 역사 찾기 운동은 지속적인 일이 될 것으로 보여 반갑다.

왜 봇물처럼 갑자기 이러한 영화들이 파도처럼 덮쳐오는가? 그리고 소수 마니아들이 아니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상영관을 찾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것이 알고 싶은 것’이다. 그 때 그 시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고, 왜냐고 묻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진실의 힘은 강하다. 진실은 힘이 세다는 말이다.

영화는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는 선동과 과장도 없다. 그냥 한 장면 한 장면에 담긴 오롯한 슬픔이 바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그 지점과 만나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의 한결같은 말들은 ‘먹먹했다’로 요약된다.

무슨 연유로 먹먹했을까? 동주를 만든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의 70%는 ‘사실’이며 영화를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축인 송몽규 이야기는 100%가 ‘팩트’라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의 귀향. 그는 귀향(歸鄕)으로 쓰지 않고 귀향(鬼鄕)으로 읽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혼이라도 고향으로 모시고 오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시대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답답한, 출구가 없는, 그래서 답이 필요한 오늘,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시간과 겹치고 있다.

행간(行間)을 읽어야 하는 우울한 이 시대가 갑갑한 것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말했던 동주의 시처럼 우리에게 이제 남은 과제가 있다.

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연대의 정신이 필요하다. 아픔에의 연대, 그리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공동체의 운명 말이다.

영화 두 편 ‘꼴랑’ 보고 너무 감정이 앞선다고 말하지 마라.

‘동주’와 ‘귀향’은 한 때의 유행 상품이 아니다. 이 작품들에 동참하고 있는 말없는 밀물의 함성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기록하는 자와 그 기록을 열람하는 자, 그리고 이를 복기하는 자세. 이것이 우리가 견지(堅持)해야 할 덕목이다.

그리고 찾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길 바란다. 누군가 권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편견과 편식이 불편하듯 오만과 과식도 그러하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오늘이라면 홀로 영화관으로 스며들어 가길 권한다.

어느 덧 3월이다.

‘march’로 읽히는 달이다. 제대로 행진 혹은 정진하면 좋겠다.

잔인한 4월이 기다린다는데….

이기 울산서점협동조합 기획·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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