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서 후배 양성하는 것이 또 다른 꿈”
“대학 강단에서 후배 양성하는 것이 또 다른 꿈”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3.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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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노훈 롯데호텔울산 총지배인
 

지난달 28일은 롯데호텔울산의 생일이었다. 1999년 5월 공사에 들어가 착공 2년 9개월 만인 2002년 2월 28일에 문을 열었으니 개관 14돌인 셈이다. 울산에 롯데호텔이 들어선 이면에는 심완구 전 울산시장의 끈질긴 집념이 숨어 있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안태고향이 울산이라는 심 전 시장의 설득에 롯데그룹 수뇌부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호텔롯데의 울산 진출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생일잔치라고 10주년, 20주년에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래도 180명의 호텔리어(Hotelier=호텔 종사자)들은 이틀 앞당겨 대접받은 한 끼의 푸짐한 특식만으로도 내심 흐뭇했다. 지난해 1월 7일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부임 13개월째에 접어든 명노훈 총지배인(56, 상무)은 이날따라 감회가 남달랐다. ‘롯데’라는 한 우물에만 매달린 지 햇수로 29년차란 사실이 잠시 그를 감상에 젖게 했다.

좌우명 ‘有心所作’… 롯데 한 우물 29년

50대 중반 나이에 신장이 자그마치 180cm다. 집안 내력이라 했다. 동년배들과 비교해도 대단한 키다. ‘인물 훤하다’는 소리도 자주 듣고, 손님 앞에선 특유의 살인미소 덕에 ‘스마일의 대부’로 통한다. 롯데리언 29년 경력이 그런 별명을 갖게 만들었을까. 어찌됐든 ‘타고난 호텔리어’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유심소작(有心所作)’이다. ‘매사는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풀이해도 좋을 성싶다. 이 표현은 1966년에 펴낸 안병욱 선생(한국의 철학자·교육자, 1920∼)의 수필집 ‘행복의 미학’에 수록된 ‘얼굴’이란 수필 작품에도 나온다. 그 일부를 잠시 옮겨보자.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얼굴 표정도 달라진다. 안창호는 한국인의 표정이 훈훈해져 한국 사회가 화목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강조했다. ‘인간의 얼굴은 그가 가지고 있는 덕의 일부’라고 한 미국의 소설가 에이모스 브론슨 올컷(1799~1888)의 말처럼 얼굴 속에는 그 사람의 정신사가 담겨 있다. 또한 불교에 ‘유심소작(有心所作)’이라는 말이 있듯이 얼굴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 좋은 얼굴의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채 22기 입사… 김해 거쳐 울산으로

롯데그룹과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대학교 학사학위(국민대학교 교육학·행정학 학사)를 받았던 그 해 1월 11일, 명노훈 총지배인은 ‘그룹공채 22기’로 롯데호텔을 첫 직장으로 삼는다. 1988년이면 88세계올림픽’이 열리던 바로 그 해다. 그룹은 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공채 21, 22기를 다른 해보다 더 많이 뽑았다. 그래서 ‘동기(同期)부자’ 소리도 듣는다.

그 이후 호텔롯데월드(잠실 판촉팀 과장), 호텔롯데(복지팀장, 인사교육팀장, 경영지원부문장), 호텔롯데 새마을금고(이사장)를 차례로 거쳤다. 그러던 중 변화에 대한 욕구가 일기 시작했다. 한참 가지를 뻗어 나가던 지방 계열사에서도 안목을 키워 보겠다는 도전 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서울 생활 25년 만의 결심이었다.

2013년 2월부터 ‘롯데스카이힐CC 총괄부문장’ 일이 맡겨졌다. ‘부문장’이라면 책임이 무거운 이사급이다. 일터를 본사가 있는 김해시 진례면 송현리로 옮겼다. 여기서 지방의 골프장 4곳(김해, 제주, 부여, 성주)과 리조트 1곳을 한꺼번에 관리했다. 주말마다 순회출장 다니는 일이 2년간 되풀이됐다. 그러던 차에 이전 발령이 났다. 울산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큰 도시 서울서만 살다가 중소도시 김해로 갔더니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울산으로 와 보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지역경기 쇄락, 호텔업계에도 나쁜 영향”

‘소득수준 전국 1위’라는 울산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조선업종의 타격이 특히 심한 것 같았다.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동반쇄락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주력산업만 붙들다가 불황이 길어지면 도시 공동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를 에워쌌다. 도시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산업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경기침체는 호텔업계로서도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호텔산업이란 바이어든, 관광객이든 외국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야 호황을 누리는 법이다.

롯데호텔울산의 적자 상태는 ‘오픈’(개관) 이후 8년 가까이 되풀이됐다.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은 2010년부터 3년 남짓한 기간밖에 안 된다. “그땐 가격대(숙박료 수준)도 좋았고 방이 없어서 못 파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또 딴판이다. 재작년부터 적자로 되돌아섰고 작년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200개 객실의 평균 판매가액이 2인1실 기준으로 25만원은 되던 것이 요즘은 18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울산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더 크다. 3대 주력 업종만 붙들기보다 관광산업이나 새로운 성장산업 쪽으로 눈을 돌렸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야 호텔업계도 숨통이 트일 것 아니겠는가.

호텔롯데 간판 세계 20곳, 자부심 키워

최근 들어 객실 판매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주범은 경기침체뿐만이 아니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뒤늦게 뛰어든 작은 규모 호텔의 난립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오픈한 롯데시티호텔, 7월 30일 오픈한 신라스테이도 그 중 하나다.

등급이 한 단계 낮다지만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 두 호텔 객실을 합치면 700개나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울산 경기를 보면 과투자”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총지배인이 잠시 쉬어가는 말을 들려준다. 4성(四星)급 두 호텔이 울산의 경제요충지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때의 뒷얘기라 했다. “건물주와 매매계약을 끝낼 때까지 두 호텔이 서로 모르고 있었다지 뭡니까.” ‘깜깜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상황의 반전을 믿는다. 호텔리어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자는 각오에 불을 붙인다. 자부심을 갖자며 직원들을 애써 격려한다. 자부심은 호텔롯데의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한 호텔,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품위를 잃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거듭 다짐한다.

호텔롯데가 세계 20군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점도 자부심의 원천이다. 미국의 맨해튼, 러시아의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의 타시켄트,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치민시에도 호텔롯데 간판은 빛을 잃는 일이 없다. 심양을 비롯한 중국 3곳에도 진출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2020년까지 50개 간판을 채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직원들에게 무한대의 프라이드나 다름없다.

지난달엔 겹경사를 맞이했다. 개관 14주년 기념일 말고도 한국관광공사가 3년마다 실시하는 등급 재평가에서 ‘특1급’ 영예를 계속 거머쥐게 된 것이다. 객실, 식음료, 서비스, 보안, 시설 전반 등 분야별 암행(暗行)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900점 이상을 거뜬히 받아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호텔 명판의 ‘무궁화’ 표지 5개가 ‘별(★)’ 표지 5개로 바뀌고 바탕색이 골든칼라(황금색)로 바뀐 점이다.

부인과는 캠퍼스커플, 울산에 묻히겠다는 각오

명노훈 총지배인은 충남 당진군 면천면 성상리가 고향이다. 인생의 절반을 보낸 서울로 이사 간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래도 고향은 늘 마음속에 있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였을까, 1월 하순엔 재울산충청향우회 모임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인사 차례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울산에 뼈를 묻겠다고 주소도 울산으로 옮겼습니다.” 거처는 남구 신정동 공업탑 근처의 주상복합건물이다.

5년 연하 부인 김혜경(51) 여사와는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다. 연애 끝에 캠퍼스 커플(CC)이 됐고 아들 하나를 두었다. 외아들 명민준(27)씨는 현재 베이징대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 칭화대에서 언론경제학을 전공하는 중이다. 그 전엔 호주 시드니 유니버시티를 다녔고 한국에선 모 경제신문 TV에서 앵커로 1년간 활약도 했다.

요즘은 골프가 거의 유일한 취미다. 호텔 경영 책임자가 여유 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매월 마지막 일요일이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정기휴무일이지만 서울 본사에서 회의라도 있는 날이면 그마저도 반납해야 한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대학 강단에도 서보고 싶은 것이 그의 또 다른 꿈이다. 실제로 그는 잠실의 호텔롯데 자체 교육센터에서 후배 양성을 돕기도 했다. USGTP 한국연맹이 주는 ‘Teaching Professional’ 자격증(2013)도 있고, 한국골프연맹(KGF)이 주는 투어프로지도자 정회원 자격증(2014)도 있다.

교통부장관 및 문화부장관 표창을 한 차례씩,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두 차례 수상했다. 2010년엔 롯데그룹 회장상(HR Best Innovater)을 받기도 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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