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확립이 우선이다
법치주의 확립이 우선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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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Carpet)’ 하면 왠지 모르게 고상한 느낌부터 든다. 격조 높은 시상식이나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레드카펫(Red Carpet)’ 하면 언뜻 ‘귀빈’이 연상된다. 그러한 정서의 카펫이 근자에는 쓰임새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이란 뜻의 ‘옐로(Yellow, 옐로우)’와 어우러진 ‘옐로카펫(Yellow Carpet)’이란 새 낱말이 만들어진 것이다.

3원색의 하나인 노란색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안전색채(安全色彩)’로서는 노란색 만한 것이 없지 싶다. ‘주의’나 ‘방사능’ 표지에서는 노란색이 늘 안방차지다. 옐로카펫은 ‘어린이 안전지대(Save Zone)’ 표지로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옐로카펫의 효시는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원초등학교 앞에서 만날 수 있다. 이 학교 담벼락은 ‘ㄱ’자형이고 그 모서리는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널목(횡단보도)과 맞닿아 있다. 또 이곳은 비탈길이 시작되는 지점이어서 이래저래 ‘교통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옐로카펫은 비영리단체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가 ‘아동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했다. InCRC의 이제복 팀장은 이 지역 청소년자원봉사단 ‘길음밴드’와 손잡고 마을 구석구석을 석 달 가까이 답사한 끝에 답을 이하나 얻었다. 어린이들에겐 학교 앞 건널목이 가장 위험하다는 답이었다. InCRC가 이 과제에 매달린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 아이들의 인권’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어린이안전사고 천국’이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통계청 최근 자료가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어린이 사망사고의 44%가 교통사고이고, 이 가운데 81%가 건널목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InCRC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문제점을 알렸고 주민들과 같이 걱정을 나누었다. 한 마을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마을주민들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길음동 주민 1천676명이 이 의미 있는 사업에 뜻을 같이했다. 학교 앞 건널목 언저리에 옐로카펫이 펼쳐진 것은 지난해 4월. 현장을 둘러본 오마이뉴스 기자는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옐로카펫은 ‘직진 본능’에 따라 건널목에서 툭 튀어나가는 경향이 있는 아이들을 이 영역으로 유인해 차분하게 보행신호를 기다리게 한다. 동시에 운전자에게는 앞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안전 운전을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교통사고 위험이 낮아지는 것이다.”

길원초등 앞 옐로카펫은 학교 벽면과 건널목 앞 바닥에 내구성 좋은 노란색 알루미늄 스티커를 깔아 설치했다. 벽면 카펫 바로 옆에는 어린이들의 야간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서 불을 비추는 태양광 램프도 갖추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 파급효과다. 그 뒤로 인천 서구, 서울 중구, 광주 광산구, 부산 해운대구로 번져가 지난해 말까지 전국 26군데에 옐로 카펫이 깔렸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100군데 추가설치 계획도 세웠다. 한 누리꾼은 “한 마을에서 시작된 사업이 지자체 및 정부의 정책으로 이어졌다”며 ‘하의상달(下意上達)’이란 표현을 구사했다.

이 의미 있는 사업에 울산에서는 ‘지역특성형 안심마을 사업’에 나서고 있는 북구 농소3동이 제일먼저 뛰어들었다. 상안초등학교, 아진프라자, 천곡동 열린장터, 달천아이파크 2차아파트 앞 등 건널목 네 군데 인도를 노란색 페인트로 칠했다. 벽면에는 노란색 패널을 설치했다. 준공기념 잔치는 3월 2일 오전에 열린다.

농소3동 주민자치회 이채섭 위원장은 “농소3동의 옐로카펫 설치를 계기로 울산시민 모두가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구청과 농소3동 관계자, 마을주민 모두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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