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굽이굽이 숨어있는 옛 이야기
골목길 굽이굽이 숨어있는 옛 이야기
  • 강은정 기자
  • 승인 2016.02.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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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마을이야기길을 가다
▲ 장생포 마을이야기길에 그려진 벽화.

따스한 봄햇살이 괜스레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맘때면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도 어디로든 나가 따사로운 볕을 쬐며 하릴없이 걷거나 주변 풍광을 바라보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장생포 마을에 또다른 볼거리가 생겼다. 30년이 훌쩍 넘은 주택들과 옛골목 사이에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장생포 이야기길’이 손님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골목은 옛 느낌이 물씬 풍겨진다. 좁은 골목들과 오래된 집.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체취가 듬뿍 담긴 벽화들 사이를 고요하게 걸을 수 있다. 도심에서 정신없이 살던 것과는 다른 한적함이 느껴진다. 잊고 지냈던 삶의 투박함과 온기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 장생포 마을이야기길에 그려진 벽화.

장생포 이야기길을 탐방하는 코스는 다양하다. 고래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산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로 넘어와도 된다. 고래바다 여행선을 타려고 계획했다면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이야기길이 펼쳐진다. 이 모든 길이 다 연결돼 있다.

장생포 마을 이야기길은 추억의 골목길, 장생포 이야기길, 고래꿈의 길, 마을이야기 길로 나눠진다.

고래바다여행선 선착장 바로 앞쪽에 위치한 추억의 골목길부터 탐방에 나섰다.

추억의 골목길은 어른 두명정도가 거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형형색색의 외관으로 무장한 ‘이야기길’이 펼쳐진다. 건물 외벽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수많은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느 집 창문 밖으로는 TV소리도 들리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 길을 지나 차도를 건너면 장생포 이야기길이 펼쳐진다.

이 길 입구에는 출출함을 달래줄 고래빵 가게도 보인다. 빵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귀여운 모양의 고래빵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이었다.

진입로 입구에는 고래꼬리를 형상화한 게이트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장생포 이야기길에는 장생포 번성기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장생포 앞바다에서 뛰어놀던 귀신고래를 벽화로 만나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고래고기를 한점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은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다양한 색의 귀여운 고래들은 벽속에서 누군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는듯하다.

길 끝에 이어진 고래꿈의 길로 향한다. 이곳에는 고래 그림이 가득하다. 길 중간에는 우물터가 있다. 우물은 장생포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우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을 형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장생포 이야기길은 우물터를 활용해 관광객들의 휴식처를 마련해놨다.

이 길 끝을 돌아서 전망데크를 따라 오르니 울산항 모습이 펼쳐졌다. 아마 1970~80년대 였다면, 이곳에 올라 고래를 잡아 돌아오는 우리네 아버지들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저 멀리 울리는 뱃고동 소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 고래아치.

고래를 기다리며/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바다만 바라보았지요…후략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전망데크 뒷편으로는 울산대교 모습도 가까워진다. 데크를 따라 쭈욱 걸으면 고래문화마을로도 이어져 발길을 끌고 있었다.

이처럼 장생포 골목이 변화되면서 인적이 드물었던 동네에 생기가 돌고 있다. 장생포 고래문화마을과 고래바다 여행선, 고래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이었다면 이제는 장생포 마을 이야기길도 함께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날, 가족과 함께 장생포 마을 이야기길에서 추억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강은정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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