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속 협력과 이타주의
경쟁 속 협력과 이타주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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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장 볼 만한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었다. 방영시각이 6시인 황금시간대인지라 그 인기도 좋았다. BBC, NHK, 유럽의 다큐사의 프로그램에서 선정하여 성우 목소리를 입힌 사나바를 배경으로 한 맹수의 사냥 장면은 누구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약육강식의 세계, 무리에서 병이 들거나 속도가 떨어지거나 아주 어린 것들이 사자나 표범에게 잡혀 먹혔다. 그 자연법칙인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에 대한 인식은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수사자나 표범은 동물왕국의 우두머리로서 품위 있고 용감한 모습이었다. 그들을 상대할 대상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배가 고프면 사냥하고 배가 부르면 먹이 대상이 지나다녀도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는 생존용 먹이 이상은 욕심내지 않는, 저장하지 않는 존재였다.

더 강한 존재에게 번식 기회를 많이 주고자 하는 자연원리는 각 생명체의 현재 모습을 이루게 만들었다. ‘동물의 왕국’이 자연 질서를 해석하는 원리는 아주 단순하고 강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그런데 세상이 가장 강자인 사자만이 살아남는 방식으로만 진화가 되었다면 그 먹이동물은 어찌 살아남게 되었을까?

토끼라는 동물은 엄청 겁 많고 소심하다. 어릴 적 경험으로는 개가 귀엽다고 핥아만 줘도 제 풀에 까무러쳐 죽는 생명체였다. 눈 내린 산에 약을 놓아 거두러 가면 꿩은 꽤 멀리 날아가 죽었지만 토끼는 열 발자국 근처 안에 있었다.

그런 정도로 겁이 많고 소심한 생명체였다. 토끼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진화 방식은 뭘까? 진화심리학자는 아주 과감하고 활달한 토끼는 대부분 맹수에 잡아먹히고 동굴에서 오랫동안 지냈던 겁 많은 토끼 유전자만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토끼에겐 용맹함이 아니라 소심함이 생명을 이어온 원동력이 된 것이다.

동물의 왕국처럼 용맹과 힘만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체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었던 것이다. 짧은 시간에 놀라운 번식력을 지닌 것도 토끼가 가진 생존 방식이었다.

자연 속 어떤 생명체도 동족끼리 싸워 죽이는 고등 생명체는 없다. 인간은 예외다. 원시부족사회에서는 전쟁에서 잡힌 포로는 죽이는 것이 유리했다. 잡힌 포로가 자기 밥벌이도 못하는 생산력이 낮은 시기는 노획물만 챙기고 죽이는 것이 합리적이었고 그 와중에 간혹 식인 풍습까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만 먹는 식인종이 있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걸로 보고 있다. 배 속에서 1명 정도를 9달 이상을 키워야 하는 인간을 먹이로 삼는 것을 습속으로 가졌다면 아마 인간 전체가 멸족하고 말았을 것이다.

경쟁도 있었지만 상호협력 구조를 통한 조직 생존 방식은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기주의가 무한경쟁으로 펼쳐지는 것 같지만 욕망을 채우는 형식은 아주 이타적이다.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자들(시장)이 있고 그 소비자들 욕망을 충족하는 물건을 잘 만드는 자본가가 파이를 많이 챙기는 구조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표현처럼 남자와 여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지금이야 남녀 일이 구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농경생활을 하기 전에는 아주 달랐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채집생활을 주로 한 유전자는 현재까지도 살아 있다.

남자는 큰 물건 하나를 사고 나면 집으로 곧바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큰 짐승을 잡아 어깨에 맨 사냥꾼이 지름길로 돌아오던 유전자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럼 여자들은? 여자들은 큰 매장에서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는 데 긴 인내력을 지니고 있다. 숲 속에서 이런 저런 열매를 따서 모으던 채집생활 유전자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좋은 남자, 좋은 여자를 만날 가능성을 높인다.

곧 있을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이 벌이는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이 꼭 이겨주길 바란다. 우리는 흥미로운 게임처럼 보고 있지만 인류역사적으로 담고 있는 상징성은 아주 높다. 단순히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고를 능가하는 인공지능기계가 초래할 세상에 대한 깊은 우려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연결되어 지식을 모으고 네트워크가 되어 자체 판단으로 무엇을 실행한다면 이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공포가 현실화된다.

이제 지구상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大)물리 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벌써 제기한 지 오래다. 물질문명이나 과학의 성과가 높아져 천지개벽을 한 것 같아도 우리 몸은 구석기시대 그대로이고 우리 인간이 생각, 행동하는 근본에는 자연진화 유전자인자가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다. 인간 중심으로,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중요한 이유다.

이동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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