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과 국회
테러방지법과 국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25 2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경찰을 피해 조계사에 은신한지 24일 만에 경찰에 출두했다.

현행법을 위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법자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빌미로 조계사에 들어가 24일간 보호를 받으며 은신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자(慈)와 비(悲) 두 낱말의 합성어이다. 자는 애념(愛念: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에게 낙(樂)을 주는 것이요, 비는 민념(愍念: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의 고(苦)를 없애주는 사랑이다. 이 자비는 사랑과 연민의 뜻을 함께 포함한 것이다.

즉 이 자비는 철저한 무아사상(無我思想)을 바탕으로 하여 중생에게 실제로 즐거움을 주고 중생의 고통을 제거하여 주며, 근본적으로 그 근심 걱정과 슬픔의 뿌리를 뽑아내어 주는 지극한 사랑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비사상이 범법자에 대해서도 베풀어져야 하는지는 쉽게 답변할 수 없다. 조계사는 종교시설이지만 법과 윤리를 초월하는 성역(聖域)은 아니다.

이번에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가 은신한 것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종교단체로서 자비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실정법을 위반하고 국가공권력에 도전하는 단체들에 대해서까지 종교시설이 성역으로 인정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시설을 은신처로 삼아 투쟁을 이어간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한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기에 법이 보장하는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집회를 통한 시위를 벌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도리어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종교단체가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계사에 도피 중인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의 찬반을 물은 결과 52.9%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을 보면 범법자에 대해서까지 자비를 베풀어줄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월 노동절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이며, 지난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서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폭력시위를 기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도 지난달 한 위원장에 대해 이미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한 위원장은 60여만명의 노조원을 이끄는 민주노총의 대표로 종교가 보듬고 자비를 베풀어줘야 할 사회적 약자로 보기에는 상당한 범법행위가 있다고 보여진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사찰에서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를 보호함으로 인해 국민들의 감정은 물론 당사자인 신도들의 불편도 많았다.

실제로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하게 된 데는 조계사 신도회의 요구가 거셌던 것도 한몫했다.

조계사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의 은신처를 찾아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교시설의 엄정한 중립성과 국가의 토대인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계가가 돼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