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자영업 폐업
공급과잉과 자영업 폐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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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인 상황이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 마디로 공급과잉 시대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나긴 경기 침체로 곳곳에서 ‘소비자가 돈을 쓰지 않는다’며 아우성인데, 골목길엔 치킨집과 커피전문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게 되면 경쟁은 치열하고 값은 떨어진다. 안정된 고소득 직종의 대표주자인 의사, 변호사 등 일명 ‘사(士)’자 직업의 파산도 늘었다.

어렵기는 골목상권만이 아니다. 중국이 철광석, 알루미늄 등 원자재뿐 아니라 완제품을 싼값에 대량생산하면서 한국 수출기업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실적 하락은 고용창출 악화로 이어지고, 감소한 가계소득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다 보니 내수를 기반으로 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내수시장에 비전이 없는 데다 비싼 인건비에 허덕이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국내에 필요한 일자리 확충과 투자를 늘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대내외 공급과잉으로 한국경제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폐업하는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음식점업이나 소매업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개인사업자)는 68만604명으로 집계됐다. 업태별로 보면 식당을 운영하다가 접은 자영업자가 15만6천453명으로, 전체 자영업 폐업 가운데 23.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편의점, 옷 가게 등 소매업이 14만36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매업 폐업자는 전체의 20.6%로 집계됐다. 음식업과 소매업 폐업 자영업자가 전체의 43.6%에 달하는 셈이다.

영업이 잘 안 돼 문을 닫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음식점업을 그만둔 자영업자 2명 중 1명(50.7%)이 사업 부진을 폐업 사유로 꼽았다. 소매업도 50.6%가 사업이 잘되지 않아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이나 소매업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의 폐업이 유달리 많은 것은 이들 업종의 창업이 비교적 쉬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마땅한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노후가 불안한 베이비부머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손쉬운 음식·소매업 창업으로 발길을 옮겼고, 결국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업종의 공급만 늘어 폐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영업 난립을 막을 길도 막막하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구조조정과 은퇴로 생계를 위해 재취업시장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실제 베이비부머 남성이 은퇴 후 1년 안에 자영업자가 될 확률은 11%였다. 문제는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등 완벽한 준비 없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로 몰리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음식 1위를 차지한 치킨집이다. 치킨집은 전국으로 보면 3만6천 개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도 많다고 한다. 10곳 중 4곳이 3년 내 폐업한다는 치킨집. 그만큼 창업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이 치열한 경쟁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치킨집 버블’ 때문에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들 식당과 소매점은 업종의 파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박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자영업자 컨설팅 등 노후 대비 사회보장 시스템을 강화하고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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