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착취계급은 각성하라’
‘자본주의 착취계급은 각성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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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태일이 서울의 청계천 피복 공장에서 근로조건의 기본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우리 사회에 이렇게 외치다가 분신자살했다. 먹고 살기 위해 억울해도 참고 참으며 일하다가 끝이 안 보여, 분신할 때, 목이 터지라고 외치던 소리가 ‘각성하라’는 말이었다. 잘 못된 것을 깨달으라는 말이다. 지난 약 20년 동안은 국민이 가슴으로 들었던 근로자의 소리에 각성했었다. 이 소리가 한동안 확성기로 울리다가, 10여 년 전부터 노동귀족운동이 되면서 확성기는 잦아들고, 지금은 사측의 약점만 노리고 떼를 쓰는 정치행동으로 나온다. 그때는 가슴을 치며 울부짖던 단순하고, 순박하고, 묵묵히 일만하던 진짜 노동자(어감이 좋지 않아 근로자라고 부른다)의 한에 맺힌 소리였다. 칼 마르크스의 어려운 공산주의 사상을 몰랐어도 대학생들이 약자의 편에 서서 근로자들의 억울함을 항변해주었다.

세상은 변하게 되어있고, 열사들이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 가까이 되니 많이 변해버렸다. 신문의 사설(社說)을 자세히 읽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던 시대는 가벼렸고, 공장 안의 근로자들에게 향하는 대자보도 제목만 흘끗 보고 지나가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의 사설은 제목부터 근로자를 향해 남을 배려하며, 자중하자는 말만 꺼내어도 눈을 부라리며 싸우려드는 노동귀족의 눈을 끌기 위해 옛날의 선동적인 말을 골라 썼다.

‘현대자동차의 노동귀족들이여, 협력업체를 착취하지 말고 각성하라’

옛날과는 반대가 되어 근로자들에게 각성하라고 울산시민들이 외치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지하에서 외치는 소리이기도 하다.

일 년 열두 달을 4분기로 나눌 때 9월의 끝, 2개 주는 삼사분기(3/4)의 정리 주간이다. 학교교육의 단원학습에서는 형성평가(形成平價) 기간에 해당되어 중간점검을 한 뒤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잘 된 부분은 더 잘 하도록 하는 기간이다. 각 기업에서도 중간평가 기간이어서 목표달성의 가능성을 재확인 하는 아주 중요한 기간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의 삼사분기 손익결산, 형성평가는 어떠할까? 몇 천 억대의 손실(계산 방식은 논외로 함)이라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이 일을 어떻게 치료할까? 이제는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는 20년, 30년 뒤에 나타나는 ‘자녀교육’이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어른들이 저러는데 자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각성해야 한다. 따라서 이 어른들을 치료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하나다.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허준이 창녕 성 대감댁 정경부인의 중풍을 침술로 치료하는 과정이 모델이 된다. 정경부인이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마치 현대자동차가 반신불수가 되듯이, 바로 침을 놓지 않고, 처음에는 허약해진 몸을 약재로 다스려 원기를 돋우고, 상완, 음교(陰交)등의 침혈(鍼穴)을 찾아 침을 놓아 완치하듯이, 무노동 무임금의 약재로 원기를 찾게 하고, 막혀있는 혈(穴)을 뚫기 위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전 사원에게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울산시민들이 예기치 않은 고통을 겪더라도 참을 수 있어야 저들 근로귀족들이 각성한다. 추석도 지났으니 협력업체들, 참은 김에 조금만 더 참고 각성하기를 기다려 보기로 하자.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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