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의 겨울나들이
개구리들의 겨울나들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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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3일) 오전 울산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흥미로운 제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상황실 당직자는 ‘방금 들어온 하OO씨의 제보’라며 그 사연을 지역 언론사 취재진에게 급히 알렸다. “북구 양정동 심천골 체육공원 근처 미나리깡 앞에 개구리 수만 마리가 나와 있어 너무 기이한 현상이라며 언론사에 전파해 달라는 민원”이라고 했다. “신고자가 전화번호를 흔쾌히 알려주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소식은 금세 지역 언론사 취재진의 귀에 들어갔고, 이때부터 열띤 취재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민첩한 기자는 하씨가 직접 찍은 사진을 잽싸게 챙겨 갔고, 몇 발 뒤늦은 기자들은 현장촬영 사진으로 생동감을 살렸다. 하씨는 이날 아침 일찍 등산길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개구리 떼의 때 이른 봄나들이를 발견하고 즉시 119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데 재미난 것은 개구리 떼의 숫자였다. 하씨는 어림짐작으로 ‘수만 마리’라고 짚었지만 연합뉴스와 뉴시스는 ‘수백 마리’라고 고쳐 전했다. 제보를 받고 즉시 달려간 울산제일일보 최상건 기자는 그의 기사에 ‘수천 마리’라고 적었고, MBN뉴스 기자도 ‘수천 마리’ 쪽을 택했다. 어쨌거나, 뜻하지 않은 시점에 맞이한 개구리 떼의 출현 소식은 상큼한 봄바람, 그 이상의 감촉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개구리가 겨울잠(冬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3주 앞둔 시점에 나타났을까? 길한 조짐일까, 흉한 조짐일까? 소식을 접한 이들은 저마다 궁금증을 품었고, 궁금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진 따위 자연재해가 아닌 것도 확실해졌다. ‘울산환경보호협의회’의 김진수 부회장(환경공학박사)이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개구리의 습성 때문이라는 것. “포근해진 날씨 탓에 한꺼번에 많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개구리들은 겨울이 가기 전에 한 차례 깨어나 알을 낳고 다시 겨울잠을 자는 습성도 있습니다.”

이날 연합뉴스 기자는 “울산의 최고 기온은 나흘 연속 평년보다 3∼4도 높았고 13일에는 16.9도로 7도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사실 따뜻한 기온 때문에 개구리 떼가 서둘러 나타났다는 기사는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경상일보 김동수 기자는 지난해 2월 24일 북구 만석골 계곡에서 찍은 개구리 떼 사진을 ‘’부지런한 개구리의 이른 봄나들이’란 제목의 포토뉴스로 내보낸 바 있다. 어쩜, 개구리들이 철을 몰라서가 아니라 장난기 많은 대자연이 개구리 떼를 심심풀이로 골려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올해 같으면 ‘발렌타인데이’(14일)를 딱 하루 앞두고 짝짓기 향연을 연출했으니, 더더욱 그럴 만도 하겠다.

그래도 남는 물음표가 하나 더 있다. 북구 양정동 미나리 밭에 무리지어 나타난 개구리 떼가 무슨 종류인지에 대한 물음표다. 아직까지는 속 시원한 답이 없다. 추정만 있을 뿐이다. 사진으로만 관찰했다는 김진수 박사는 세 종류의 산개구리 중 ‘계곡산개구리’는 아닌 것 같고, ‘한국산개구리’나 ‘북방산개구리’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소견을 말했다. 현장을 다녀온 최상건 기자에게 거듭 확인해 보았다. 그는 손바닥을 펴 보이며 크기를 6∼7cm 정도로 추정했다. 울음소리가 어땠는지도 물어본 다음 내린 결론은 ‘북방산개구리’였다.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가 평택의 양서류에 대해 기술한 자료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크고 높은 산이 많지 않은 안성, 평택에서는 북방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는 서식지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호르르륵∼호르륵’, 어느 순간 예민한 북방산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잦아들면 ‘다다다다∼다다다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한국산개구리의 콜(Call)이 거리를 두고도 들릴 정도다.”

최 기자는 양정동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호르르륵’에 가깝더라고 귀띔했다. 겨울 나들이는 ‘북방산개구리’들이 즐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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