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숫자에 불과할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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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력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양력설보다는 음력설을 더 큰 명절로 생각하며 음력설을 지나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나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최근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유행어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나이를 상당히 중시 여기는 민족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다툴 때를 보면 나이를 들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도로에서 자동차 접촉하고라도 나면 서로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치다가 가장 흔하게 듣는 이야기가 “너 몇이야?”, 선술집에서도 툭하면 나이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나이 한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는 유교적 관습이 남아서 일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나잇값을 못한다 하고 어린 사람은 어린것이 까분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의 나이는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많이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를 거론할 때는 대부분 상하를 구분하거나 잘잘못을 따질 때 많이 한다.

그런데도 알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란 살아온 날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숫자인 반면, 살아야 하는 날은 미지수이기에 전혀 인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나이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삶을 살아가고 나이를 초월해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살아온 날과 살아야 하는 세월을 생각하며 나이를 인식한다는 것은 자기 삶에 대한 균형적 생각으로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와도 결부된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의 삶의 무게 중심이 흩뜨려질지도 모른다.

나이란 개념을 단지 숫자로 치부해 버린다면 세상의 풍파를 견디고 살아온 어르신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물론 지금 세대들은 나이보다 얼굴이 더 늙어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나이보다 동안(童顔)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나이는 중요하다.

현재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인식만 해도 오늘 하루를 의미 없이 헛되이 보낼 수 없을 것이며다른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불필요한 숫자적 나이로 살면 결국 허황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살고 소유를 늘리면서 나잇값 하는 걸 잊고 살아서는 안 된다. 나이는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 나이는 ‘몇 살에 태어나서 몇 살에 죽었더라’는 것처럼 극단적 한계를 결정하는 숫자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이는 먹고 싶지 않아도 먹어진다. 마치 기다리지 않아도 해가 서녘으로 뉘엿뉘엿 지듯이, 아니 누가 무어라고 해도, 묵묵히 그저 흐르고 흐르는 그 강물과도 같이, 저절로 들고 들어, 자신도 모르게 어디론가 흘러가듯, 하나둘 들어가 쌓이는 것이 나이다.

그러나 나이란 그저 다만 머나먼 곳을 향해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에게 도덕적으로 얼마나 성숙해 보일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설날을 앞두고 내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나는 것에 슬퍼하지 말고 이 삶에서의 기쁨과 환희를 또 다른 나의 삶에 더해 보자.

내 나이의 마지막 숫자가 되는 날까지 무한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며 소유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후회 없는 나이를 더해 가자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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