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가게의 교훈
칼국수 가게의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0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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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 50년이 된 유명한 칼국수 집이 있다. 70년대 말 필자가 무역회사에 다닐 때부터 인연이었으니 벌써 수십 년째 단골이다. 아직도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찾는 추억 어린 곳이다.

단골이 된 이유는, 알싸한 마늘 맛이 물씬 나는 김치가 있고 진한 닭고기 국물에 매끌매끌한 면발의 칼국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봉으로 올려주는 얇은 피 만두 4개의 앙상블은 맛을 더하고 노란색 기장쌀이 섞여있는 공기 밥과 국수사리는 얼마든지 덤으로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휴일 점심때는 식객들이 두 줄로 장사진을 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요한 사실은, 생마늘 냄새가 나는 김치 통을 갖고 다니면서 김치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식탁이 있으면 재빨리 보충해 주는 종업원의 부지런한 서비스다.

사소한 일이지만 고객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 조그마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려는 그들의 자세가 바로 이 가게의 성공비결인 것이다.

사소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보잘 것 없이 작거나 적다로 적고 있다. 유의어로는 미미하다, 잘다, 자질구레하다가 있다. 영어로는 디테일(detail), 마이크로(micro)로 번역되기도 한다. 나아가 의미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치졸함이나, 회피, 편협, 단견과 같이 부정적인 감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마이너스적 느낌이 내면으로는 가공할만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를 해외로 돌려보자. 일본 동경 아사쿠사에 1911년에 창업한 유명한 스시가게(?司初?本店)가 있다. 동경식 초밥이라는 에도마에(江?前) 스시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가게는 종업원에게 다음과 같이 교육시킨다.

고객이 테이블에 앉으면 공손히 테이블 냅킨을 무릎에 덮어드린다. 물론 화장실에 다녀오면 기다렸다가 다시 해드린다. 그리고 고객이 마시는 찻잔 속을 직접 보지 않고도 차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를 가르친다. 즉 찻잔의 양은 줄어들수록 찻잔의 기울기는 반대로 커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항상 차가 비기 전에 새 찻잔을 내놓는 예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같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작은 부분이지만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는 그들의 자세가, 이 가게를 100여 년 동안 사랑받게 한 근본이다.

유대인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건너가 크게 성공한 패션디자이너가 있다. 헝클어진 하얀 머리칼에 핸섬하게 생긴 올해 75세의 랄프로렌(R. Lauren)이다. 회사이름도 그의 이름 그대로 사용하여 랄프로렌사로 부르고 있다.

27세에 폭 넓은 유럽풍 넥타이 하나로 사업에 뛰어든 그가, 대박을 터트린 상품은 다름 아닌 폴로 로고가 붙어있는 반팔 티셔츠다. 폴로는 원래 말을 타고 스틱으로 쳐서 득점하는 스포츠다. 19세기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 군인들이 재미로 한 것에서 유래됐다. 그의 사업은 지금 향수, 인테리어, 액세서리, 요식업까지 확장하고 있는데, 그의 자산은, 2015년 포브스의 집계에 의하면 자그마치 80억불(9조원)로 미국 부자명단 74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의 기본 모토는, 한 개의 제품을 바느질할 때 반드시 1인치에 여덟 땀을 떠야한다는 엄격한 규정이다. 이러한 디테일한 정신이 놀랍게도 오늘의 폴로를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여러 사업의 기본정신은 어디까지나 사소함이며 디테일함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소한 것에서 확실히 큰 의미와 대성공을 찾을 수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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