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대숲 그리고 떼까마귀
삼호대숲 그리고 떼까마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3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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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떼의 군무(群舞)는 행사기간 사흘 내내 태화강 대숲 언저리를 수놓았다. 떼까마귀, 갈까마귀 떼가 둥지를 떠난 이소(離巢) 시각은 첫날 07:0 0, 둘째 날 06:56, 셋째 날 06:25였고 둥지로 돌아온 귀소(歸巢) 시각은 각각 17:30, 18:00, 18:00이었다. 태화강 대숲 까마귀 떼와 2002년부터 14년째 고락을 같이해 온 김성수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이사장의 탐조(探鳥) 노트북에 적힌 관찰 일기의 일부다.

‘2016 떼까마귀·갈까마귀 군무 페어’가 진행된 기간은 지난달 29∼31일. 첫날 오후 개회식이 열린 중구 태화동 먹거리단지길 ‘여울’ 앞 둔치는 밤새 내린 비로 작은 늪지대를 이루었다. 수은주마저 내려간 탓일까, 행사장은 온통 냉기뿐이었다. 그런데도 구경꾼은 100명을 훨씬 넘었다. 조류연구가인 김상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전 교육감),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의 김주홍 공동대표(울산대 교수)와 조상제 전 녹색지기단장, 태화강 생태계에 막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정환두 울산경제진흥원장도 얼굴을 내밀었다. 낙동강과 순천만, 남해 앵강만, 창녕 우포늪, 서산 버드랜드(Bird-land) 사람 수십 명도 자리를 같이했다. ‘생태관광’ 하나로 네트워크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비만 그쳤더라도…” 누군가 아쉬운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오늘 날씨도 춥고 비가 오는데도…” 주최 측인 울산시의 황재영 환경녹지국장이 김기현 시장을 대신해서 인사말을 올렸다. “우리 시는 떼까마귀와 백로, 연어, 재첩 등 다양한 생태자원을 활용한 생태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로 태화강을 전국에서 으뜸가는 생태관광 명소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2005년부터 삼호대숲 떼까마귀 관찰에 매달렸다는 이기섭 서울대공원동물원 원장의 특강이 이어졌다. (이 공로로 그는 2014년, 당시 박맹우 시장으로부터 ‘울산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2007년에 처음 열린 떼까마귀 행사가 햇수로 10년을 넘었다는 건 울산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멀리 시베리아에서 수 천 km나 날아온 귀한 손님을 배척하기보다 반갑게 맞이해 줍시다.” 여기서 ‘배척’이란 배설물 등의 문제로 까마귀 떼에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일부 시민들을 겨냥한 말로 들렸다.

“‘까마귀’라면 검은색 때문에 흉조(凶鳥)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저기 울산 하늘을 뒤덮고 있는 떼까마귀는 죽은 동물 사체나 찾아다니는 그런 까마귀하고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작은 풀씨를 먹는 걸 보면 채식주의자들입니다. 작은 곤충을 먹어 농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익조(益鳥)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연단 뒤 태화강 위로 수천에서 수만 마리는 좋이 됨직한 검은 빈객들이 떼 지어 날아들더니 선회비행을 시작했고, 구경꾼들의 환호도 덩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30분 가까운 그의 강의는 떼까마귀에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기율 안 잡힌 군사를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합지졸’이라 일컫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지적이란 주장도 폈다. 큰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는 없어도 이동할 땐 ‘다수결 원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떼 지어 움직이는 민주주의적 존재이며, 돌고래나 침팬지의 지능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영리한 동물이라는 사실도 거듭 강조했다.

특강의 대미는 ‘삼호대숲 예찬론’이 장식했다. 밀양이나 낙동강, 제주도와는 달리 울산이 전국 최대의 떼까마귀 도래지로 떠오른 것은 삼호대숲이란 안락한 보금자리 덕분이란 말도 덧붙였다.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갈까마귀는 몰론 여름철새인 백로의 잠자리까지 소상하게 관찰해 온 먹거리단지 내 마을기업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의 박창현 대표도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까마귀와 백로의 잠자리가 겹치곤 하지만 서로 싸우는 장면은 여태 본 적이 없답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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