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김치보다 커피를 더 먹는 나라
밥, 김치보다 커피를 더 먹는 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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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뒤에 그냥 일어서면 뭔가 허전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새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후식이 되었다. 기름진 중식을 먹어도, 우리 고유의 한식을 먹어도 후식은 죄다 커피다.

후식으로 식혜나 수정과가 나오는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고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한때 양탕국으로 불렸던 커피 이야기다. 모닝커피와 비엔나커피로 대표되던 7, 80년대 커피는 먼 추억거리가 되었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 1위는 밥도 김치도 아닌 커피다. 이런 커피 사랑에 힘입어 커피 매출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국 성인 남녀가 하루 평균 마시는 커피는 1.7잔으로 조사됐다. 주당 커피 섭취 빈도는 약 12회로 쌀밥, 잡곡밥보다 많았다.

하루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3회 이상인 사람이 25%로 가장 많았다. 하루 1회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3명당 2명꼴이고,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사람은 12%뿐이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즐겨 마시는 커피 역사는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티오피아에서 한 목동이 우연히 커피 열매를 먹은 뒤 기분이 좋아져서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커피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이 10세기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유길준이 1890년쯤 커피와 홍차가 중국을 통해 조선에 소개했다고 서유견문록에 적혀 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는 미군 부대에서 값싼 인스턴트 커피가 흘러나오면서 대량 보급되었다. 70년대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룰 때 생활이 넉넉해지면서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늘었다. 또 서울올림픽을 무사히 치러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1988년, 국내 최초의 커피 전문점에선 고품질의 원두를 그 자리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를 팔았다. 그리고 1999년 이화여대 입구에 S사 1호점이 오픈하면서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됐다. 이후론 카운터에서 웃음으로 손님을 맞던 마담과 최신 유행 패션을 뽐내며 차를 날라주던 레지가 있는 다방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밥보다 커피를 찾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칠 커피의 영향이 심히 우려된다. 우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협회에서 인증을 획득한 고급 커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상위 10% 이내에 해당한다. 일반 아메리카노 한 잔이 4천원이라면 같은 양의 스페셜티 커피는 최고 1만2천원이나 한다.

한편에선 빠른 속도로 저가 커피 프렌차이즈와 편의점의 커피 코너가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 파는 1천∼2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밥보다 비싼 커피에 회의감을 느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질 좋은 커피를 단돈 1천원에 내놓은 편의점 커피의 질주는 새해부터 만만치 않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와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로 양분되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돈 많은 소비자들은 커피 애호가들이나 마실 법한 희귀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예전보다 더 비싼 돈을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한국 커피 시장의 양극화 시대가 찾아왔다.

과도한 당분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리고 그 당분의 대표주자는 바로 설탕이다.

알게 모르게 먹는 식품에 함유되어 다량이 체내에 흡수되는 설탕은 그 자체가 칼로리뿐이므로 체중 증가는 물론 충치나 치주염을 유발한다. 설탕은 몸의 신진대사를 변하게 해 혈압을 높게 하고 호르몬 분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결국 이러한 설탕의 과다 섭취는 지나친 음주와 비슷한 결과를 부르게 된다. 밥 안 먹고는 살아도 커피 없이는 못 산다고 부르짖는 젊은 커피 마니아들에게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알고 보면 밥보다 더 많이 마신다는 커피, 자신의 유난한 커피 사랑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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