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그 오해와 진실
갈등, 그 오해와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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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본래의 개념과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갈등(葛藤)과 금슬(琴瑟), 그리고 원앙(鴛鴦)이다. 갈등과 금슬, 원앙은 각각 나무와 악기, 오리의 암수를 나타내 낱말이다.

특히 갈등이란 낱말은 칡을 가리키는 ‘갈(葛)’과 등나무를 가리키는 ‘등(藤)’이 합쳐진 단어로 서로 얽히고설킨 모양새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이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 아내와 남편 사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등에서 관습적으로 사용되면서 지금은 전혀 엉뚱한 의미로 탈바꿈해 사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 긍정적인 표현보다 부정적인 비유에 자주 사용되다보니 현재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로 고정되고 말았다. 오해와 진실을 밝혀보자.

첫째, 갈등의 오해이다.

“MBC, 중노위 조정도 묵살… 노사갈등 최고조”(미디어오늘. 2016.01.06.)

‘노사갈등’은 사측의 방침과 노조측의 견해가 서로 어긋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장을 서로 바꾸어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속에는 ‘경쟁’의 의미가 숨어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갈등’은 경쟁과는 다르다. 갈등이 횡적인 자리이타(自利利他)라면 경쟁은 종적인 먹이사슬이다.

“이부진-임우재, 부부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했을까… ‘갈등관리’가 중요해”(재경일보. 2016.01.14.)

부부갈등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작기 때문에 일어난다. 춤추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지 않듯이 부부라고 해서 둘 사이에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갈등=화목’이라는 당연해 보이던 등식이 언제부터인가 ‘갈등=이혼’이라는 새로운 등식으로 변모했다. 부부갈등이 있다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를 상담해야 한다. ‘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속담처럼 갈등이 심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연초부터 재벌가의 이혼 소식이 세간 호사가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라는 입소문까지 더해져 이래저래 한동안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될 것 같다.

“성동일, 아내 임신 7개월차 부부동반 가출, 고부갈등 때문”(뉴스앤미디어. 2013.6.28.)

‘시어머니 없는 사내와 결혼하는 여자는 행복한 여자다’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이 있다. ‘고부’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함께 일컫는 말이지만 대체로 ‘고부갈등’을 연상시키는 말로 굳어져 있다.

고부갈등은 자기 아들이 남의 집 딸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잘 일어난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단다’, ‘며느리가 미우면 손자까지 밉다’, 이와 같은 속담은 고부 사이의 갈등을 짐작할 수 있다. 고부갈등은 아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수록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앞서 열거한 노사갈등, 부부갈등, 고부갈등 사례에서 갈등이란 표현이 본딧말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갈등의 진실이다.

갈등은 지극한 사랑의 씨앗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죽자 처녀도 뒤따라 연못에 빠져 죽었는데 그 자리에서 등나무가 자랐다는 신라의 전설과 ‘사랑에 취하다’라는 등나무의 꽃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하여 백 년까지 누리리라’고 한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서도 조화와 협력의 상징으로 ‘만수산 드렁칡’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옛 울산문화원(현 남구문화원) 뜰에는 오래된 등나무가 있었다. 매년 4월이면 보라색으로 장식된 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해마다 열린 ‘등꽃 맞이 한마당’ 행사에는 문화예술인이 많이 모여들었다. ‘갈등’의 교육장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부터는 ‘갈등’이란 말 대신 ‘불통’이란 말로 표현했으면 한다 언론·방송이 앞장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과 금수(禽獸), 그리고 식물은 갈등이 없거나 지속되지 않으면 종(種)이 단절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부부, 노사, 고부 사이에는 지속발전 가능한 갈등이 있어야 한다.

갈등은 상호 무관심에서 심화된다. ‘소 닭 쳐다보듯 한다’, ‘개와 원숭이 사이(犬猿之間)’, ‘서로 원진(元嗔)이다’ 등의 속담은 짧은 삶에서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갈등은 원래 분쟁(紛爭), 불통(不通)과는 그 뜻이 매우 다르다. 물은 유통(流通)되어야 하고, 불은 연소(燃燒)되어야 한다. 갈등은 자랑해야 하지 해소(解消)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 사투리 ‘어울렁 더울렁’의 뜻은 ‘어울려 더불어’라는 뜻이다. 갈등의 심화는 의존성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지속발전 가능하게 만든다.

부부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화목한 가정’, ‘화목을 되찾았다’ 등에서 보듯 ‘화목’에서 찾는다. ‘이성동거필수화목(異姓同居必須和睦)’이라는 수행자의 청규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화목이다. 이제부터라도 갈등이란 표현이 바르게 사용되었으면 한다. 올해는 바른 해석으로 ‘상호 갈등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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