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소원 꼭 들어준다”
삶의 일부가 된 기도도량
“한가지 소원 꼭 들어준다”
삶의 일부가 된 기도도량
  • 최인식 기자
  • 승인 2016.01.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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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갓바위’
▲ 전국에서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도처 중 하나인 보물 제431호 관봉석조여래좌상.일명 팔공산 갓바위로 불리는 이곳은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 ’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는 시간 내내 귓전에 들려오는 소리다. 때로는 메아리가 돼 다가오는 ‘약사여래불’. 대한불교 조계종 직영사찰인 선본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소리가 ‘약사여래불’이다.

주말인 지난 16일 새벽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혼자 다시 찾았다. 객지에 있다 고향을 찾은 그런 기분으로 마음이 동화됐다.

염불 소리는 푸르게 눈을 뜨는 새벽을 적시고 얼어붙은 골짜기를 녹인다. 모처럼 맞는 안온함이다. 이 염불 소리가 좋아 갓바위를 다시 찾았다. 팔공산 관봉에 위치한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약사여래불은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에서 구원해 주는 부처님으로 통일신라 시대 때 하나의 큰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팔공산 해발 850m 정상에 정좌한 갓바위 부처님은 근엄하다. ‘하나의 소원은 들어준다’는 소문 때문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팔공산 갓바위’. 나도 양초와 약간의 공양미를 준비했다. 이름과 소원을 초에 적은 후 불을 붙였다. 소원은 희망을 주는 따뜻한 말이다.

대입 수능시험일을 앞두고 영남지역의 명산인 팔공산 동남쪽 갓바위에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의 참배가 이어진다.

높이 4m의 큰 몸집에 뚜렷한 이목구비와 굳게 다문 입술이 인자하면서도 근엄한 인상을 자아낸다.

연간 250만명의 참배객이 찾는 갓바위에는 수능을 앞두고 평일에는 3천~4천명, 주말에는 1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앉을 자리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처럼 기도열기가 뜨거운 것은 ‘갓바위 부처가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속설이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도처로 꼽히는 팔공산 갓바위의 탐방로 정비사업이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4년 모두 마무리됐다. 갓바위로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갓바위로 가는 탐방로는 연간 수많은 탐방객이 이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겨울철이면 도로가 얼어붙고 높낮이가 다른 계단과 부족한 편의시설, 경관을 저해하는 시설물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대구시는 갓바위 탐방로를 4구간으로 나눠 구간 특성에 따라 시공방법을 달리해 계단 폭을 확장하고, 높이도 균형있게 조정했다. 이로 인해 노약자와 어린이 등 이용자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쉼터 8곳, 전망대 1곳 등 편의시설도 대폭 늘어났다.

새롭게 단장된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염불 소리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외롭지 않은 새벽 산길이다. 난간을 잡고 걸음을 멈추자 뜨거운 입김이 찬 공기를 만나 하얗게 변한다.

선본사 주차장에서 갓바위 정상까지는 30~40분이면 도착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 갈 수 있다. 최근에는 갓바위 정상 부분에 계단 공사를 하고 있어 노약자들은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갓바위로 올라가는 길에 불자 한사람을 만났다. 대구에 산다는 60대 중반의 이 불자는 갓바위를 찾은 지 20여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 불자는 “갓바위를 처음 왔을때는 친구들과 나들이 삼아 왔다”면서 “이제는 산행 차원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갓바위를 찾으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져왔다”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갓바위를 찾아 한주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마음의 떼를 씻어버린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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