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산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허위 산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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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70년대 ‘개발시대’의 근로자들은 ‘산업전사’란 말을 자주 들었다. 전사(戰士)란 원래 전투하는 군사를 이르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사(戰死)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사’란 함부로 쓸 말도 아니고 쓸 일도 없는 게 좋은 세상이다. 그런데 그런 단어를 근로자에게 붙였으니 얼마나 살벌한 얘긴가.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었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는 구호를 입에 달고 살던 시절 얘기다. 시쳇말로 몸으로 때우던 절박했던 상황인지라 근로자의 ‘안전’ 보다는 ‘건설’과 ‘생산’이 더 중시되었던 가슴 아픈 시절이었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의 풍요가 있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업재해 줄여서 산재(産災)라 하는 것은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의 삶을 바꾼 큰 변화와 함께 숙명적으로 동반한 비극이다. 산재를 ZERO가 안 되면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겠지만 이를 이용해 개인의 경제적 이익과 근로면제로 편안하게 지내는 ‘편익’을 노리다 발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근로복지공단 발표를 보면 2014~2015년 2년간 산재보험금 부정수급이 464건에 적발금액은 80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다른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나온 세금을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취했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건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것이다.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지인들과 음주를 한 후 넘어져 다친 것을 근무 중 다친 것으로 각색(脚色)하거나 개인 교통사고를 사업장에서 다친 것으로 둔갑시키고, 휴일에 회사 밖에서 축구를 하다가 다친 다리를 회사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는 등 기발하고 어이없는 상상력을 동원한 사례도 허다하다. 심지어 동료직원에게 증인까지 서달라고 하고, 우연히 장비가 떨어진 것을 빌미로 근처에 있던 멀쩡한 근로자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게 하여 가동을 중단시켜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례도 있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던가. 값싼 사우애(社友愛)에 잠깐 눈이 멀어 가짜 증인을 선 사람이나 사건의 진실을 아는 이들의 제보로 하나 둘 들통이 나는 바람에 해고와 정직, 부정수급금의 두 배 환급, 징역형 등 형사처벌까지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은 ‘근로자’라는 신성한 단어를 더럽힌 장본인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비도덕적이고 추잡한 허위산재에 가장 격분할 사람은 정말로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한다고 했던가. 실제로 허위산재자가 계속 늘어나면 진성 산재자조차 의심받을 수 있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정해진 안전규칙에 따라 일을 하던 중 불가피한 사고를 당한 그들이 이 같은 얘기를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 허위산재자이면서 버젓이 나라 세금을 받고, 동료가 일할 때 편안히 쉬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말 마음이 편했을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마음 한구석엔 죄책감을 가졌으리라 믿고 싶다.

지난 2013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아예 운영방침을 ‘안전최우선으로 최고의 품질우수공장 실현’으로 바꿨다. 품질과 생산에 앞서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이처럼 국가·사회·기업이 안전을 가장 먼저 앞세우는 분위기를 되레 역이용한 ‘허위산재’는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맑은 우물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일벌백계란 말처럼 ‘허위산재’를 꾸미다가 발각되면 신세를 망칠 수 있다는 본때를 보여야 한다. 신성한 일터를 양심세탁소로 악용하는 사례가 없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도덕성도 중요하다. 허위산재임을 알고 신고를 한 사람처럼 내부고발자도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최고의 의료로 보답해야 한다. 반면 그들의 고통과 희생, 명예를 추락시키고 모독하는 허위산재자는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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