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와 ‘와하비즘’
IS와 ‘와하비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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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피조물 가운데 ‘IS’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들이 저지른 가장 최근의 만행에 대한 뉴스는 ‘IS, 시리아 동부서 민간인 대량학살…최악의 참사’라는 소름 끼치는 소식이다.

IS(=Islamic State, 이슬람국가)는 2014년 6월 29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란 이름을 갈아치우고 국가 수립을 선포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다. 2003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출발해서 테러활동을 벌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자 거점을 시리아 락까로 옮기고 공포의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흩뿌리고 있다.

학계, 종교계에 의하면 IS의 신앙적 뿌리는 사우디아라비아 태생 ‘와하비즘(Wahhabism)’이다. “사우디 와하비즘을 모르면 IS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기도 한다. 와하비즘은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합(1703-1792)’이 제창한 운동이다. 그는 이슬람교에 스며든 이단성과 우상숭배를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고 외쳤던 이슬람의 대학자였다.

와하비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의미한다. 또한 이슬람 수니파의 한 갈래인 ‘와하브파’를 굳게 믿고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나 방침을 일컫기도 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와하비즘’의 핵심사상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Back to the Basic)’이라고 말한다. “와하브 운동은 아랍인들이 꾸란(코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 타락과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순수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니파 안의 이슬람 복원 운동”이라는 또 다른 풀이도 있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IS의 폭력성의 근원에 대한 의문점이다. 그 원인의 일단을 와하비즘의 창시자 와합과 그가 따랐던 신앙적 사부한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이미아’라는 와합의 먼 스승은 시아파, 수피파 그리고 그리스철학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모하메드 선지자가 메디나에 묵었던 시기가 이슬람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기였다면서, 모든 무슬림은 그때의 사회문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본받은 와합은 그의 추종자들에게 ‘완전한 순응’을 강요했다. “무슬림은 오로지 한 명의 무슬림 지도자(칼리프)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죽여야 마땅하고, 그의 아내와 딸들은 훼손당해야 하며, 그의 모든 소유를 압수해도 좋다”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는 ‘배교자 목록’에 시아파, 수피파를 비롯한 다른 이슬람교리 추종자도 포함시키고 이들을 아예 무슬림 신도에서 제외시켰다. 와합의 사상은 나중에 사우디 왕국 건설의 주춧돌이 된다,

와합의 교리를 받쳐온 세 가지 기둥이 있었다. 하나의 지배자, 하나의 권한, 하나의 사원이라는 독트린이 그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니파의 대부 격인 사우디 국왕의 완전한 통치, 와하비즘의 완전한 권한, ‘말’ 또는 ‘사원’에 대한 완전한 운용권리, 이 세 가지를 말한다. 와하비즘을 18세기부터 받아들여 왕정(王政)의 주춧돌로 삼은 사우디 왕가는 이 독트린을 제도화하고 수니파에 의한 이슬람 지배를 합리화시켜 왔다. 사우디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재위 1932∼1953)는 와하비즘을 그의 독재통치 철학으로 삼기도 했다.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이란 표현은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았던 글귀의 일부다. 온건 이슬람권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섬뜩한 말이 지구촌에선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낸다. 와하비즘을 철저히 신봉하는 신정(神政)의 나라 IS에 의해서다. 이들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동남아 여러 나라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하니 감히 여쭙고 싶다. ‘이슬람의 하느님’은 과연 누구를 위한 하느님이신지?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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