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칼럼] 기다리며 투자하는 묘미
[재무칼럼] 기다리며 투자하는 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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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제목이 눈에 번쩍 들어와서 유심히 본 장면이 있다. 지금 3살짜리 자녀에게 월12만원씩 저축하면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것으로 향후 15년간 적립하고 그 적립된 금액을 다시 35년간 운용하면 53세에 10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무계산기로 직접 계산해 보니 매년 10%의 투자 수익이 나면 10억원 만들기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 가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적립기간을 포함해서 앞으로 50년간 연평균수익률이 10%가 되어야 10억원 만들기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은행정기예금 금리가 5% 정도인데 그보다 2배의 운용수익이 매년 발생해야 가능하다면 이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두 번째는 50년후 10억이므로 5%의 물가상승률을 가정하면 그 돈 가치는 1억원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A고객은 부동산으로 큰 재산을 모았다. A고객의 관심은 온통 부동산 투자에만 집중되어 있어 금융기관 거래는 단기성 상품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금융기관에 단기성자금으로 운용하다가 좋은 부동산 물건이 나오면 즉시 자금을 인출하여 해당 부동산 물건을 매입하곤 했다. 이런 분들에게는 월 12만원씩 15년간 적금을 하고 향후 35년간 연 10% 수익률로 운용해서 10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투자란 늘 성공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패와 성공이 반복된다. 주위에 부동산투자로 오히려 큰 손실을 당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또한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번 분이 있는가 하면 주식투자로 크게 손실을 본 분들도 있다. 그 투자가 부동산이든 주식투자이든 늘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투자에 대한 안목도 있어야 하지만 때론 많은 행운과 시대를 잘 타야 가능한 일이다. 리스크를 피하는 게 투자세계의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덜 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실패를 덜 하기 위해서다.

앞서 얘기했던 TV프로그램이 어떤 면에서는 숫자놀음일 수도 있다. 적금을 15년간 10% 수익률로 운용하고 이후 35년간 10% 수익률로 목돈을 운용해야 10억을 만들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과연 그렇게 장기간 운용할 수 있고 매년 10%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이 있다.

바로 적은 돈으로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시간은 손실로 다가온다. 일찍 시작할수록 시간은 그 위력을 더하게 된다. 기다림이 길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과거 주식시장의 흐름은 이를 증명한다. 꿈을 위해, 희망을 위해 기다리며 투자하는 묘미도 있다.

/ 김상인 재무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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