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변화를 가져 온다
에너지는 변화를 가져 온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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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부는 방향을 알 수 있어도 형체는 볼 수 없고, 햇빛은 음영으로 양지와 음지를 구분할 수 있어도 따뜻한 온기를 눈으로 보고 만질 수는 없다. 전선으로 전기가 흘러 전등과 전열기에 불이 켜지고 열이 나는 현상에서 전자의 흐름을 직접 볼 수는 없어도 보이지 않는 힘 즉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우주여행선이 띄워지고 무인자동차가 달리고 유전자조작이 가능한 현대나, 근대과학을 태동시킨 르네상스 시대나, 요동과 연해주까지 영토를 확장시킨 고구려 시대에도 에너지의 존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눈으로 보면서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있다. 가령 바람이 부는 것은 공기의 흐름 때문이고, 공기는 압력 차이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흘러가 바람의 방향을 일으키고… 하는 등등. 우리 사람의 눈은 가시 광역을 벗어나거나 분자 단위의 작은 입자를 볼 수는 없지만 과학으로 설명할 수는 있다.

가끔 우리는 에너지와 힘을 혼동할 때가 있다. 힘이란 크기와 방향이 있고, 절대적인 물리량으로 표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힘 자체가 변화나 일을 이루어낼 수는 없다. 사람 중에 힘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지만, 힘이 세다고 많을 일을 한다거나 그 힘에 비례하여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힘을 갖고 일정 거리를 움직이는 것’으로 우리말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는 이처럼 변화(變化)를 가져온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일, 이것을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는 자연현상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하여 무엇인가 이루어내는 힘을 저력(底力)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남녀와 부모자식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흐른다. 저력을 가진 모임은 힘이 모이면 큰일을 할 수 있고, 남녀가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면 결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불속으로 뛰어들어 자식을 구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에너지다.

추운 겨울의 모닥불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온기를 나누어 준다. 한 끼를 위해 무료급식소에 모인 사람들은 따뜻한 점심 한 그릇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위로의 말 한마디, 미소 짓는 표정에도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의 표정과 말에도 자신뿐 아니라 남을 변화시키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있다.

필자는 MTB 동호회에 가입하여 이따금 ‘라이딩’을 한다. 작년 시월에는 섬진강을 당일치기로 종주한 적이 있었다. 비록 작은 조직이지만 서로 힘에 부칠 때 힘을 샘솟게 하는 파이팅과 위로의 말 한마디는 다 같이 완주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집단에서도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자신과 조직이 변화하는 모습을 눈여겨볼 수 있다.

잠시 우리의 사회로 눈길을 돌려보자. 요즘 울산은 주력산업의 침체와 저성장의 경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 있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척이나 많이 애쓰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선박건조 시설을 갖춘 조선소와 세계 최대의 정제능력을 보유한 정유산업,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생산 공장이 있는 곳이 우리 울산이다.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힘을 잘 갖춘 울산도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힘을 자랑만 할 때가 아니고, 그동안 쌓아둔 힘의 양만으로 안심할 때도 아니다. 일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앞당기는 것이 우리의 기성세대의 사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자체 중 하나인 울산은 한마디로 에너지 기반 산업도시다. 울산에서 생산하는 정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자동차나 동력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쓰이고, 다른 산업의 에너지원인 화학제품의 원료로 공급된다. 울산에서 만든 선박은 5대양을 누비고, 울산에서 만든 자동차는 6대주의 사람과 물동량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이처럼 에너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산업, 국가와 국가 사이를 보이지 않게 흐르면서 쉼 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에너지는 사랑이자 이해이자 겸손이다. 또 에너지는 현장을 둘러보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는 전혀 절약할 이유가 없고 절약해서도 안 된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변화한 모습에서 찾아낼 수가 있다. 얼음이 든 그릇을 가열하면 물로 바뀌고 수증기로 날아가듯이 변해야만 에너지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정직하여 모아둘 수가 없다. 반드시 전달하고 나와 상대를 변화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고 있는가? 나의 에너지는 우리 가족과 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어떤 에너지를 베풀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배려와 실천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만들고 문명을 변화시켜 왔다.

자신의 에너지와 울산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 인류 궁극의 선인 ‘사랑’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주길 바란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사람을 능히 변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는 전달할 때라야 비로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 기술연구센터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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