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07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는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는 뜻으로 당(唐)나라 말기 시인 동방규(東方?)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국역사상 수많은 시인들의 흉금을 자아내게 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절세가인 왕소군(王昭君)이다. 그녀는 전한(前漢) 시대 원제(元帝) 때의 후궁으로 이름은 장(檣)이고 자가 소군(昭君)이었다. 당시 중국 남군(南郡) 지역의 가난한 양가집 딸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미모 때문에 황제의 후궁으로 뽑혀 입궁하게 되었다. 그러나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한 채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황제는 수많은 후궁들을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에 후궁 개개인의 알현을 일일이 받지 못하고 궁내 화공을 시켜 초상화를 그리게 한 다음 화공이 그려 올린 초상화를 보고 만나볼 후궁을 지정하였다. 그러고 보니 많은 후궁들이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 화공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의 초상화가 아름답게 그려지도록 했다. 그런데 왕소군은 별로 가진 것이 없어서 화공에게 뇌물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초상화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중국 북쪽에는 흉노족(匈奴族)이 있어 해마다 그들의 침략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이들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펼친 것이 화친 정책이었고, 그 화친의 수단으로 왕족 출신 공주를 그들의 우두머리에게 보내어 혼인을 시키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었다. 당시 왕족 출신 공주를 직접 보낼 수 없어서 후궁 중 한 사람을 뽑아 공주로 가장시켜 보내게 되었는데, 거기에 왕소군이 뽑히게 되었다.

왕소군은 몸을 단장하고 말을 타고 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황제를 처음으로 알현하게 되었다. 원제가 그녀를 보는 순간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운데다 태도까지 단아하여 크게 후회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황제는 크게 노하여 왕소군의 초상화를 그린 모연수(毛延壽)를 참형에 처하였다.

그 후 오랑캐 왕에게 시집간 소군은 평생을 삭막한 호지에서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 많은 일생을 그곳에서 마치게 되었는데, 지금은 청총(靑塚)이란 그녀의 무덤만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소재로 등장하여 그녀의 비운을 시로 남기게 되었는데, 훗날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때의 시인 동방규는 ‘소균원’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자연의대완(自然衣帶緩) 자연히 허리띠가 느슨해지니

비시위요신(非是爲腰身) 이는 허리 몸매를 내기 위함이 아니네.

지금은 새해를 맞아 동녘 하늘에 밝은 해가 솟아 병신년 새아침을 비추고 있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지울 수 없으니 새해가 와도 새해 같지가 않다. 이리저리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일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금 우리의 정치권은 ‘레밍(Lemming) 현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레밍’이란 북극권 알래스카에 서식하는 들쥐들인데 이놈들은 한 놈이 앞서가면 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줄지어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앞선 놈이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에 떨어져도 뒤따르던 놈들 역시 줄줄이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이다.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지금 한 사람이 깃대를 들고 앞서 뛰쳐나가자 줄줄이 그 뒤를 따르는 현상이 마치 ‘레밍’의 생태와 흡사한 듯하다.

이미 눈과 귀가 막혀 있는 저들에게 우리의 행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들의 마음속에 내재한 일말의 양심에 경을 칠 수 있는 선택이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한 가닥의 희망을 가져 보기는 한다. 하지만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것처럼, 동해에 떠오르는 아침 해와 함께 울려 퍼지는 시민들의 소리를 함성이 아닌 처절한 절규로밖에 들을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