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협궤정치
문재인의 협궤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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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더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악수 연발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념도 혁신도 원칙도 다 좋지만 쓴 소리 하던 우군(友軍) 다 잃고 난 뒤에 독불장군으로 남아 큰소리친다면 온전히 설자리와 편히 기댈 언덕은 더 이상 어디에 있겠는지.

더욱이 정계의 하늘같은 선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그토록 갈망하던 ‘영호남 화합’의 댐도 그의 줄기찬 대권욕(大權慾) 바람에 허물어지기 직전까지 와 있다. 그런 시점에 동교동계의 정신적 대모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넙죽 엎드려 백 번 절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참으로 오랜만에 대놓고 특정인, 그것도 무척이나 아끼던 정치거인을 겨냥해 쓴 소리 내뱉는 것은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명찰 달고 다닐 때부터 그를 호의적으로 보았고, 기대감은 그보다 몇 배 더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워낙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측근들은 바쁘신 분 비위 거스르기가 두려워 감히 입 밖에 못 꺼내는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 바다에 떠도는, ‘부엉이바위 사건’을 소재로 한 가상(假想) 소설은 실로 가관이다. 얼토당토않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소문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제1야당 대표께서는 알고 계시기나 한지? 자못 궁금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당명(黨名) 바꾸기 전인 지난달 24일에 받아본 악성 루머의 초입(初入)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소 길어도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의 존망(存亡) 앞에서도 당 대표 불퇴진을 천명하고 나섰다. 당 대표 취임 이후 문 대표가 지휘하는 선거마다 지면서도 지휘부 누구 하나 책임지려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문재인 대표에 대한 흔들기가 시작되고 안철수의 최후통첩을 거부함으로써 새민련 최대 주주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당의 존망을 내팽개칠 정도로 권력욕이 있는가 하는 것이 요즘 상황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부산시장 출마 권유도 한사코 거부했던 문재인은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맡게 된다. …‘왕수석’ 문재인씨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대북관련 사업을 들춰내는 ‘대북 특검’을 주도하기에 이른다. 결국 김대중을 잡기 위한 그의 몸부림은 김대중 대신 그의 오른 팔이었던 박지원을 구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노 대통령이 부탁할 때는 거절하더니,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주변 여건이 좋아지자 사상 지역구에 출마했다’ -조경태. ‘저는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경남에서 여덟 번 출마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총선 전까지 출마 권유를 거절했다’ - 김두관. 권력의지가 빈약했던 문재인이 하루아침에 당의 존망보다 자신의 권력욕이 앞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후략)…” 이 글 뒷부분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폭발성은 가히 메가톤급이 되고도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야기여서 더 이상 인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기차 레일은 나라나 철도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협궤(일본의 재래선, 1천67mm)와 표준궤(1천435mm), 광궤(1천524mm, 1천674mm)가 그것이다. “협궤의 장점은 폭이 좁아 좁은 땅에 선로를 부설할 수 있지만 고속주행이 힘든 게 단점이다.”

어찌 보면 문재인 대표의 정치는 협궤(狹軌)를 닮아 있는 것 같다. 영역을 스스로 좁혀가기 때문이다. 그의 고집스러운 원칙이 못마땅한 나머지 당을 떠난 안철수 전 대표에 이어 어젠 김한길 전 대표마저 탈당(脫黨)을 결행했다. 그 여진(餘震)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설자리도 덩달아 좁아지고 있다. 대권 쟁취 이전에 4·13 총선이 더 걱정이다. 문재인 대표의 협궤정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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