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을 찾아서
가지 않은 길을 찾아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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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 갈 때면 언제나

바람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날을 위해 그렇게

시린 발로 걷고 있느냐고

강가에 홀로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나

강물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날을 위해 그렇게

역류를 꿈꾸고 있느냐고

어둠이 스며드는 숲 속을

무겁게 돌아 나올 때면 언제나

새들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날을 위해 그렇게

침묵의 기도로만 살고 있느냐고

참아 낸 내가

바람과 강물에게 말했다

그날을 위해서라고

기도에 지친 내가

새들에게 말했다

그날을 위해서라고’

(자작시 ‘그날을 위해서라고’)

희망찬 병신년(丙申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육십간지 중의 33번째 해인데, ‘병’은 붉은 색을 상징하고, ‘신’은 원숭이를 상징한다.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하다고 알려진 동물이다. 붉은 색은 예부터 악귀를 쫓아내고 건강, 부귀, 영화 등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징처럼, 2016년이 모든 이들에게 복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꿈에 부풀기 마련이다. 조금은 막연해도 언젠가는 찾아올 것만 같은 저마다의 ‘그날’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가던 길을 꾸준히 이어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새로운 길로 접어들어 ‘개척’의 묘미를 만끽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오로지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은 지금 처한 나의 현실과 운명을 이루고,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이루지 못한 꿈을 동경한다. 바로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목록을 이른바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어느 영화 속 메시지처럼 버킷 리스트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가려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리스트라 할 수 있다.

버킷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초지일관(初志一貫)을 빼 놓을 수 없다.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준비 작업은 물론 그 진행과정과 마무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계획만 세워 놓았다고 해서 일을 행한다고 할 수는 없다. 반드시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계획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행한 일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끝까지 해내지 못할 일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음을 의미한다.

초지일관은 당연한 진리지만 실천하기가 꽤나 어렵다. 누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세운 뜻이 약해지고 또 실천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립된 계획들을 모두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처음 세운 계획대로 꾸준히 일이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자문해 봐야 한다.

인간은 천만년 살 것 같지만 길어야 100년이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시한부 인생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 45억 년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짧기에, 우리들의 인생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직전에서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 온 것을 뒤늦게 한탄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거침없이 전진하는 ‘초지일관’의 2016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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