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를 불러온 올해의 신조어
화제를 불러온 올해의 신조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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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다양한 절벽에 서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 아이 낳기를 꺼리는 젊은이들, 대기업의 자영업 진출, 청년 백수 100만명 시대의 ‘삼포세대’에서 시작한 ‘포기’가 이젠 ‘칠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로까지 ‘버전 업’ 하였다. 정말이지 한국 사회의 절벽은 잔인하고도 치명적이다. 한국 사회는 일단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누구나 갑작스러운 실직, 사고, 질병 등으로 한순간에 절벽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의 재산에 따라 금·은·동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4단계 ‘수저 계급론’이 화제다.

역시나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로도 ‘금수저’가 선정됐다. 대한민국 홍보 연합 동아리인 ‘생존경쟁’은 20대 대학생 2천15명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 ‘금수저’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 아래 자라 경쟁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풍자하는 단어로, ‘흙수저’와 대비되는 용어이다. 이어 지옥처럼 혹독한 한국 사회를 뜻하는 ‘헬조선’이 23.8%로 2위에 올랐고,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의 ‘N포세대’가 12.8%,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나 조건을 가리키는 ‘취업깡패’는 11.9%로 뒤를 이었다. 또한 한국 사회가 저성장 속에 저출산 및 고령화, 실업 등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불황이 빚어낸 신조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편도족’ ‘깔세’ ‘좀비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혼밥족’은 혼자서 밥 먹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반영한다. ‘혼밥족’ 중에서도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면 ‘편도족’이다.

‘편의점 도시락 족(族)’이라는 뜻으로 돈은 없고 바쁘고 혼자 있다 보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도시락 등을 사서 끼니를 해결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 ‘깔세’가 늘어나고 있다. 깔세란 보증금 없이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깔세 점포는 별도의 상호 없이 ‘눈물의 폐업처리’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장사를 하다 사라지는 점포다. 지하철 상가나 창고형 매장이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전통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살아 있는 시체인 ‘좀비’가 연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쟁력이 없어 저금리의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산소 호흡기를 떼면 언제든 죽지만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생각해 정부가 차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20대 취업난을 반영하는 조어로는 ‘인구론(인문계 구십%가 논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대생)’ 등 한 맺힌 요지경 속어도 많이 쓰인다.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복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새로 등장했다. ‘피딩족(Feeding族)’은 과거 쌓아놓은 경제적인(Financial) 여유를 바탕으로 육아를 즐기고(Enjoy) 활동적(Energetic)이면서도 헌신적(Devoted)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말한다. 손주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로 불리기도 한다.

여유를 갖고 사는 고령자를 뜻하는 또 다른 용어로는 ‘우피(Woopie)족’이 있다.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중산층과 상류층 노인들을 뜻한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은 ‘푸피(Poopie)족’으로 불린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 노인들로 독거노인의 70%가 이에 속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를 보면 지난해 우피족과 푸피족의 시장소득 격차는 13.4배에 달했다. 2016년엔 ‘포기’란 말이 배추 셀 때나 상용하는 말이 되기를 바라며, 부디 성장의 사다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신명나는 한해가 되길 바람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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